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라는 강풍을 맞았습니다. 시국선언은 서울대 교수들에 이어 중앙대 연세대 성균관대 교수들을 비롯한 전국의 교수사회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여론의 거센 비난에도 버티던 서울광장의 봉쇄를 뚫었습니다. 서울광장을 에워쌌던 전경버스를 4일 새벽 철수하게 만든 거센 여론의 형성에는 SBS 뉴스도 기여했습니다.
지난 1일 SBS 뉴스는 경찰의 서울광장 봉쇄가 공권력 남용에 해당한다는 법조계의 의견을 보도했습니다. 뉴스는 우선 시설주인 서울시가 시설보호 요청을 하지 않았는데도 경찰의 광장봉쇄가 강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뉴스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으로 제한하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소요사태나 눈앞에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예방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뉴스는 헌법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것은 집회시위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거나 위험요소로 간주하지 말라는 것이고, 불법행위가 발생할지, 발생하지 않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요사태의 위험을 주장하며 광장을 원천봉쇄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는 법률학자의 해석을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가 민감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 이와 같이 분명한 관점을 보인 것은 드문 일입니다. 분명한 관점을 가져야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뉴스였습니다.
지난 1일 SBS 뉴스는 2주일 전 뉴스에 대한 민주노총의 반론을 보도했습니다. 문제된 뉴스는 '산하노조 탈퇴 잇따라 민주노총 지도력 위기'라는 제목의 지난 5월 14일 8시뉴스였습니다. 반론보도문은 현대건설 노조 등 4개 건설사 노조가 지난해에 결정한 민주노총 탈퇴를 올 5월 14일 공식 선언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들 4개 노조는 이미 2008년 1월쯤 민주노총으로부터 탈퇴 또는 제명되어 별개의 연맹을 조직했고, 이번에 처음 탈퇴를 공식화 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뉴스의 제작은 시간에 쫓기는 작업이라 착오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당사자의 반론이 있을 때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4개 건설 노조가 민주노총을 언제 이탈했으며, 그 이후 어디에 소속되어 있었는가 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시간을 들여 확인해야 할 만큼 복잡한 일이 아닙니다.
민주노총이 5월 14일 뉴스를 문제 삼은 이유는 단순히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것보다는 '지도력 위기'라는 진단에 대한 반발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런 뉴스는 위기를 뒷받침할만한 충분한 근거와 위기를 가져 온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를 함께 보도함으로써 비로소 당사자로부터 반발이 아니라 동의와 변화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SBS 뉴스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5월 29일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관련된 배임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싸게 발행해 이를 인수한 이재용 삼성 전무가 경영권을 편법 승계하도록 했다는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삼성 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낮은 가격으로 발행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달리 회사의 손해액을 다시 계산하라며 유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삼성의 이 전 회장은 에버랜드 사건의 덫에서는 벗어났지만, 또 하나의 계열사인 SDS 사건의 덫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날 재판을 보도한 SBS 8시뉴스는 대법원의 두 판결 중 에버랜드 사건에만 초점을 맞춰 13년을 끌어온 삼성 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이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에버랜드 사건과 SDS 사건은 본질적으로 같은 사건이지만, 대법원은 두 사건의 차이를 강조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전환사채든 신주인수권부사채든 나중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과 이 사채가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손에 넘어 갔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만든, 두 사건의 차이는 회사채의 배정방식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둘 다 헐값 발행이 문제가 됐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는 주주 배정을 했다가 주주들이 모두 청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이 전무 등에게 넘어간 경우고 삼성SDS는 처음부터 주주를 배제하고, 3자 배정 방식으로 특혜를 준 경우입니다. 에버랜드의 경우 SDS와는 달리 배정받을 권리를 가진 주주들이 이를 포기했으므로 특정인에게 넘어갔어도 불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에버랜드의 기존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이 전환사채 청약 포기를 스스로 결정했는지가 핵심이지만 법원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고, SBS 뉴스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뉴스는 또한 SDS의 손해액 산정결과에 따라 이건희 전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산정한 손해 규모가 50억 원이 넘느냐 아니냐에 따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하느냐, 일반 형법을 적용하느냐가 결정됩니다. 특가법의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 유죄 판결이 불가피하지만 일반 형법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손해 규모가 최대 쟁점입니다. 따라서 이 전 회장 부자가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SBS 뉴스는 성급한 예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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