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 통계는 한국경제가 아직도 어두운 터널을 다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냉엄한 현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작년 4분기 급추락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에도 옆걸음질을 계속했다. 정부의 공격적인 재정지출이 없었다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분기 연속 감소세였다. 국민소득 부진은 소비와 투자 위축을 가져와 경제에 부담을 준다.
◇ 정부지출로 GDP 전기대비 플러스 유지
한은은 지난 4월 24일에 1분기의 GDP가 전분기보다 0.1%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작년 4분기에는 5.1% 감소했던 GDP가 1분기에 소폭의 플러스를 유지했다는 것은 드디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낙관론을 불러왔다.
그러나 한은은 이번 발표에서 1분기의 성장률이 정부의 지출에 크게 의존했음을 확인했다.
정영택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정부의 조기 재정지출에 따른 성장기여도는 1분기에 1.8% 포인트로 2년 평균 0.6%포인트의 3배에 이르렀다"면서 "정부지출이 없었다면 전기대비 성장률은 -0.6%,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5.4%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1분기의 한국 경제는 수출이나 내수보다는 정부의 힘으로 간신히 마이너스를 모면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동기 대비 성장률 -4.2%에 대한 성장 기여도를 보면 정부소비는 1.1% 포인트(건설투자분 포함시 1.8%포인트)로 작년 4분기의 0.7%포인트에 비해 크게 올라갔다.
반면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2,0%포인트에서 -2.5%포인트로, 재화.서비스의 수출은 -3.0%에서 -5.6%로 악화됐다. 설비투자도 -0.2%포인트에서 -2.2%포인트로 낮아졌다.
◇ 국민총소득 여전히 부진
이번 통계에서 실질 GNI의 움직임도 주목됐다.
GNI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총소득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 부가가치 생산량인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해외 이자.배당.근로소득 등 국외 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해 산출한다. 이를 전체 인구로 나눈 것이 1인당 GNI다.
물가상승분 등을 제거한 실질 GNI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에 -4.7%를 나타냈다. 작년 3분기의 -2.7%, 4분기의 -5.4%에 이어 3개월째 감소세다.
실질 GNI가 크게 줄어든 것은 GDP가 4.2%(작년동기대비) 감소한데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물론, GNI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분기 대비로는 -0.2%에 머물러 작년 3분기의 -3.6%, 4분기의 -1.6%에 비해서는 감소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급락세는 진정되는 국면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GNI에서도 회복의 기미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질 GNI가 전분기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은 해외 근로소득.이자.배당소득 등 국외순수취요소소득 흑자규모가 8천억원 감소한데 따른 영향이 크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해외 투자나 해외 근로를 통한 수입이 줄어들었다.
◇ 저축과 투자부진 심각
GNI 감소는 저축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1분기의 총저축률은 29.3%로 2001년 4분기의 29.0% 이후 가장 낮았다. 총저축률은 지난해 2분기 31.5%, 3분기 29.9%, 4분기 30.4%였다.
총저축률은 총저축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총저축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에서 민간.정부의 소비지출을 뺀 것이다. 한마디로 총저축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소득이 줄어들어 저축의 여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투자부진도 심각한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내총투자율은 1분기에 26.5%로 지난 1998년 4분기의 26.0% 이후 최악이다. 국내총투자율은 작년 1분기 30.8%, 2분기 31.4%에 이어 3분기 33.1%로 올라왔으나 4분기에 29.4%로 내려왔고 올해 1분기에는 더욱 감소했다.
현재의 투자부진은 총저축률이 낮기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부진은 국내외 경기상황의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 부진이 지속되면 투자재원 조성에 지장을 주며 이는 경제주체들의 투자확대에 걸림돌이 된다.
◇ 전문가들 "경기회복 낙관하기 힘들다"
경제전문가들은 1분기 이후의 통계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은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은의 정영택 팀장은 "민간 부문의 투자나 내수 회복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바닥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지금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이부형 실물경제실장은 "민간 소비는 상당 기간 침체 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본다"며 "여기에 국내 총투자율도 더욱 줄어들어 내수 경기가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GDP는 전기보다 조금이나마 성장했는데 국민 총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 4분기보다 전기 대비 GDP와 GNI의 격차가 좁혀진 게 다행"이라며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소득 감소는 둔화됐지만 앞으로 국제 유가 동향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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