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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초모랑마!] ⑤ 약 4알에 75달러

"비아그라, 고산병에 효과있다고 권해…망설임 끝에 먹지는 않아"

페리체에선 이번에 원정을 온 인천대팀의 교수님을 한 분 만났다.

본래 자신의 목표가 5천 미터였다며 5천 미터를 넘어서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자 미련없이 내려온 분이었다.

부러웠다. 나도 좀 쉬고 싶다...

교수님도 나에게 아스피린과 다이아목스의 카피약을 선물로 주셨다.

페리체의 다음 목적지는 로브제. 4,900미터다.

하루에 고도를 400미터 정도 올리는게 통상인데 700미터를 올려야하고, 4천 미터대 후반이다보니 로브제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경사는 남체가는 길만 못하지만 5천 미터 근처기 때문에 배로 힘이 든다는 거다.

흠...급경사는 아닌 셈이군...가볼만하겠다.

작년 가을 원정 때 페리체까진 휴대 전화가 터졌다고 하던데...내 전화는 여기부터 먹통이었다.

회사와 연락하기 위해 나는 자동 로밍에다 임대폰까지 가져왔다.

자동로밍하는 전화가 안 터지면 홍콩망을 이용하는 임대폰을 쓸 생각이었다.

중국망을 이용하는 휴대전화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도 터졌다하니 임대폰이 쓸모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이 임대폰은 아무런 도움이 안됐다.

내 전화가 안 터지는 곳에선 정확히 임대폰도 안 터졌다.

임대폰보다 자동 로밍의 통화 요금이 훨씬 싸니 임대폰을 사용할 이유가 하등 없었다.

결국 하루 2천 원하는 임대료만 물고 한 통인가만 사용했으니 짐만 더 들고 간 셈이었다.

출발할 때만해도 몸이 나쁘진 않아보였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다리에 힘이 없어진다.

앞서가는 국장님은 뵈지도 않는다.

한참을 가다 보니 국장님이 날 기다리고 있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단다.

왕디는 나보고 이런 상태로 오늘 로브제까지 가는 건 무리란다.

내가 생각해도 무리다.

근데 어떡하냐...원정대 일정에 맞춰야 하는 것을...박영석 대장은 지금 날씨가 좋다며 로브제까지 내려와 나와 국장님을 데리고 베이스캠프에 바로 들어가고 다음날 출발할 예정이란다.

내가 메던 배낭도 왕디에게 맡겼다. 5kg 남짓한 무게지만 그 차이도 컸다.

좀 살 것 같았다. 10분 걷고 20분 쉬고 하는 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쯤 갔을까? 마을이 보였다. 투클라. 점심 먹을 곳이었다.

국장님 왈...

"이 속도로 가면 로브제에 밤 11시는 돼야 도착할테니 페리체로 돌아가서 하루 쉬고 내일 올라와라."

점심 시간이었다.

밥은 먹어야겠으니 투클라까지는 가려했다.

다리 하나만 건너면되는데 더 이상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안 되겠다. 돌아가자.

내 짐을 날라주는 포터 펨바와 둘이 페리체로 돌아가기로 했다.

펨바에게 물어봤다.

지금 시간? 11시 40분. 언제쯤이면 도착할까? 1시간 정도?

내려가는 길이니 훨씬 빨리 갈 수 있을거다.

그러나...불행히도 내 몸 상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숨이 차는 건 아닌데 속도를 조금만 높이면 팔-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었다.

2시간 반이 걸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야 나는 페리체에 돌아올 수 있었다.

페리체엔 고맙게도 병원이 하나 있었다.

   

히말라야 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목적의 병원이다.

세계 각국에서 자원봉사 온 의사들이 트래킹 시즌 두어달 정도동안 상주하며 운영한다.

우리 팀이 등정을 마치고 페리체에 5월 24일 내려왔더니 시즌이 끝났다며 문을 닫았더라.

병원으로 가는 길엔 사진처럼 고산병 증세에 대한 소개가 써있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면 더 이상 올라가지 말고 휴식을 취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이 써있다.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바로 병원에 갔다.

미국인 여자 의사가 있었다.

"밤에 잘 때 머리가 아프다. 아침에 깼을 때가 제일 힘들다. 밤이 무섭다. 물은 많이 마셨다. 그래도 머리가 아프다. 어제 점심엔 토하기도 했다. 오늘 투클라까지 갔다 포기하고 돌아왔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사는 간단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려가라. 무조건 내려가야 한다."

이런 답답한 사람을 봤나...누가 그걸 모르나...그게 안 되는 상황이니 여기 온 거 아냐 --;;;

"나도 내려가고 싶다. 단순 트레킹이었음 벌써 내려갔다. 난 기자고 베이스캠프에 있는 원정대를 취재하러 왔다. 원정대 일정에 맞추기 위해 난 올라가야 한다. 그게 내가 당신을 만나러 온 이유다."

의사도 답답한 듯 같은 말을 반복한다.

"출장이고 뭐고 이 상태로 올라가면 당신은 바로 헬기에 실려 내려가야 한다. 당신은 지금 당장 내려가야 한다. 텡보체까지 내려가고 거기서도 두통이 계속되면 남체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러면서 내 몸 속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해줬다.

맙소사...65였다.

한 눈에 봐도 내가 안 좋은 상황이란건 눈치 챌 수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 수치가 얼마가 나와야 하나?"

"85는 나와야 한다."

"쩝...글면 현 고도에서 치명적 수치는 얼마야?"

"당신이 지금 바로 치명적 수치다. 약 줄테니 오늘 힘들어 못 내려가겠으면 약 먹고 푹 자고 내일 당장 내려가라."

어쩌겠는가...고산병엔 사실 약이 없다.

하다못해 고산족이라 고산 환경에 맞게 신체 구조가 조금 다르다는 셀파들도 오랜 기간 카트만두에서 살다 다시 고산지대에 오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고하니까...

아스피린이니 다이아목스니 비아그라니 야그들을 하지만 다 임시방편이다.

특히 잠잘 때 고도가 중요하다.

평상시 생활하는 환경보다 기압이 낮고 산소가 부족한 것에 대해 신체가 적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시간이 약이다.

적응되기까진 몸에 신호가 오면 아래로 내려가서 적응하고 올라가고 이거밖에 약이 없다.

의사는 처방을 해줬다. 다이아목스 2개, 두통약 2개.

이렇게 약 네 알을 받고 75달러를 냈다.

의사를 만나 상담한 값이 50달러. 약 네 알 값이 25달러였다. --;;

난 도저히 밑으로 내려갈 힘이 없었다. 늦은 점심을 먹을 입맛도 없었다.

약 먹고 바로 숙소 방에 쓰러져 잤다.

한참 자고 있는데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며 깨운다.

나와서 저녁을 먹으란다.

이번 원정을 후원하고 있는 LIG 구자준 회장 일행이다.

식당으로 갔더니 저녁 식사가 한창이다.

구 회장 일행이 가져온 한식 밑반찬들이 여럿 있지만 먹을 수가 없었다.

역시나 내 메뉴는 찐감자였다.

구 회장은 두통약을 선물로 줬다.

비아그라도 효과가 있으니 1/4알을 먹으라며 한 알 줬다.

이게 내가 원정에서 구경했던 유일한 비아그라인데 망설임 끝에 먹지 않았다.

약은 병원에서 준 것만 먹고 제발 머리가 안 아프길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편집자주] 보도국 문화부의 젊은 피, 유재규 기자는 종교계와 대중문화,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한 뒤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을 거쳤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시선으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하는 유 기자는 최근엔 박영석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을 현지에서 동행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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