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유정은 요즘 대한민국 뮤지컬계에서 잘나가나는 인물 중 한명이다. 어떤 이는 그녀를 가르켜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흥행 보증수표'라고 칭하기도 한다. 물론 그녀의 이름 앞에 붙는 이 두 수식어는 모두 그녀가 만든 작품들이 이른바 성공했음을 말해 준다. 실제로 그녀가 한예종 시절 썼다는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초연 이후 지금까지 공연 중이다. 또 작년에 내놓은 '형제는 용감했다'는 지난해 어느 신문사에서 기자와 평론가들이 뽑은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연일 매진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일단 이 작품은 이야기 소재 자체가 독특하다. 부자간 형제간 사이가 틀어진 안동 종가집 두 아들이 아버지의 초상을 치르며 티격태격하다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고, 가족애를 깨달으며 화해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소재가 독특하다고 하는 것은 다름 아닌 박철수 감독의 영화 '학생부군신위'에서 봤던 전통적인 한국의 장례 문화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영화와 비슷하게 운동권 출신의 아들과 능력이 떨어지는 장남이 초상집에서 지난 날의 일로 다툰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의 1막의 전반은 안동 종가집이 갖는 분위기와 집안의 특성 그리고 형제가 사이가 틀어진 이유 등등 전형적인 이야기 시작에 할애했다. 그리고 1막의 나머지 후반은 아버지가 죽기 전 1등 맞은 로또를 어딘가 숨겨뒀다는 법률사무소 여인의 등장으로 새로운 갈등의 요소가 두 형제에게 놓여진다. 여기에 이 매혹적인 여인을 서로 차지하려는 형제의 치정이 겹쳐지면서 극은 두 형제의 갈등을 첨예하게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1막이 마무리 된다.
내러티브 측면에서 1막은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의 과정을 잘 따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처음 상가집 분위기에 맞는 장중한 곡에서 시작해 코믹한 노래와 율동이 극을 전체적으로 재미있으면서 경쾌 발랄하게 이끌어간다. 극작가로서 장유정이 대사같은 가사를 잘 쓴 것도 좋았지만 특히 장소영의 음악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자, 이제 첨예화된 갈등이 풀어져야하는 2막,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유정은 그 갈등 해소의 단초를 과거의 히스토리에서 끌어와 풀어냈다. 즉 어머니의 사망 원인을 잘 모른 채 단지 아픈 어머니를 아버지가 병원 한 번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사실로만 아버지를 미워했었는데, 작가는 그 이유를 2막에서 푼다. 그래서 극은 - 이 극은 유난히 꿈과 과거 등의 플래쉬 백이 많이 사용된다 - 플래쉬 백을 이용해 어머니가 시집올 때부터 치매로 돌아가실 때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잠깐의 플래쉬 백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극중극처럼 상당한 길이를 가진 이야기다. 다만 어머니가 살아온 그 과정을 장유정은 아주 재미있게 관객들의 마음을 위로 훌쩍 올렸다가 어머니가 치매로 죽는 슬픈 장면의 끝으로 쭉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절대 이 부분이 전체 극의 흐름에서 부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장면 뒤로 바로 친척들과 함께 화해하는 형제의 모습이 이어지고, 법률사무소 여인은 귀신이었고 - 장유정은 이미 처음에 축시 이후에는 잠을 자라는 대사로서 이 귀신에 대한 복선을 깔아놓았다 - 그것이 두 형제의 화해의 다리를 놓은 어머니라는 것까지 풀어간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문제라고 봤다. 즉 1막에서 두 형제의 갈등을 돈과 여자로 첨예화시킨 것까지는 잘 나갔지만 2막에서 그 갈등을 풀어내는 방법이 신파조의 옛날 이야기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물론 갈등이란 합리적 이성에 의해 풀어지기 보다는 비합리적인 것에 의해 풀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게 현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두 형제는 우연히 빠진 우물에서 어머니의 옛 일기를 발견하고 거기서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되고 그래서 감동한 두 아들은 화해한다. 이는 돈 때문에 의가 상했던 두 아들이, 또 돈이 필요한 두 아들이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돌아가셨다는 이유를 알았다는 것만으로 갈등이 해결됐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다시 말해 갈등을 주 당사자인 두 주인공이 갈등의 극단으로까지 가서 폭발하는 장면이 있어 갈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3자인 어머니의 등장으로 그것이 두 주인공이 갖고 있는 갈등을 해결한다는 설정이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는 내러티브적인 구성은 첫 시작은 좋았지만 그 끝맺음을 하는데서는 좀 부족함이 느껴졌다. 이른바 내러티브 측면에서는 웰 메이드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가사나 노래 춤 그리고 그것의 연결과 운용에 있어서는 뮤지컬의 테크니컬한 면에서 손색이 없는 웰 메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무대가 상당히 좁게 느껴질 정도로 소품과 배경과 동선이 붐볐고 또한 무대의 깊이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이는 달리 말하면 연출가 장유정에게는 더 넓은 무대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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