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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민정 합의 100일…성과와 과제는?

노동계와 경영계, 민간,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을 채택한 지 3일로 100일을 맞는다.

노동계는 지난 2월23일 합의문에서 파업자제, 임금동결ㆍ반납 또는 절감을, 경영계는 부당노동행위 근절과 기존 고용수준 유지를 선언했다. 또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촉진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민간은 합의 분위기의 확산 등 노사합의의 지원을 각각 약속했다.

이 합의는 산업현장의 노사협력 사례가 예년보다 증가하고,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대란이 발생하지 않는 등의 성과를 냈지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불참한 데 따른 태생적 한계도 점차 노출되고 있다.

◇ 양보교섭 19배↑…노사협력 확산 = 노사민정 합의가 이뤄진 이후 3개월간 실천을 동반한 노사협력 사례가 급속히 확산됐다.

2일 노동부 분석에 따르면 노사의 양보교섭과 협력선언은 5월 말 현재 총 1천73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784건에 비해 2.2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임금반납ㆍ삭감, 무파업, 무교섭, 복리후생 축소, 근무형태 조정 등 양보교섭은 1천255건으로 전체의 72.3%를 차지해 작년 65건에 비해 19배나 늘었다.

임금동결ㆍ반납ㆍ절감, 근로시간 단축ㆍ휴업, 임금ㆍ근무 조정 등으로 감원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나눈 기업도 1천755곳으로, 교섭이 타결된 전체 사업장(6천781곳)의 25.9%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호전된 배경에는 노사민정 합의 정신에 바탕을 둔 노사 협력과 양보, 일자리 나누기가 있다"며 "경제가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협력 분위기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의에 참여한 노사 주체는 당초 약속대로 파업이나 정리해고가 없었다는 점도 성과로 꼽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경제위기를 맞아 상반기에 고용대란이 불거지는 등 외환위기 때와 같은 사태가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도 "기업이 정면 돌파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 했지만 고용조정을 연기ㆍ유예한 효과로 양보교섭과 노사협력 선언이 예년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 `반쪽합의' 한계도 노출 = 민주노총이 불참함에 따라 합의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애초 관측은 노사분규 현황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5월까지 파업한 사업장은 29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 23곳보다 오히려 늘었다. 28곳은 민주노총 산하이고 1곳은 한국노총 소속이다. 근로손실일수는 작년보다 61% 정도 적은데 5월 들어 파업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달에 총력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10일부터 조합원 부분파업에 들어가고, 화물연대는 11일부터 집단 운송거부를 시작한다. 건설노조는 지역별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철도노조도 10일께 투쟁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재계, 공익위원들이 친정부 기조로 일관해 논의 구조가 평등하지 않은 데다 합의이행을 담보하는 장치도 없고 의제가 노동 분야에 국한되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의 의미가 없다며 불참했다.

민노총은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서도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 불렀다"며 "합의가 대졸초임 삭감, 공기업 초임삭감, 최저임금 삭감 등의 근거 논리로 악용됐을 뿐 내세울 성과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 "불황 대비 2단계 계획 필요" = 지난 3월 구성된 노사민정 이행점검단은 이달 말 정기회의를 열어 정상추진, 이행완료, 이행부진, 미이행 등 4개 기준으로 평가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또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는 합의 100일을 기념해 오는 4일 `2.23 노사민정 합의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이행경과를 검토하고 향후 계획에 대한 의견도 나눌 예정이다.

토론에 참석하는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장기불황을 대비한 2단계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정부는 단기 일자리 창출 정책에서 벗어나 `촘촘하고 넓은 사회안전망' 구축에 노력해 합의를 시스템 구축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점검단의 운영을 맡은 노사정위원회는 공익위원들에게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단기계획뿐 아니라 위기 이후의 장기계획까지 본격적으로 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고 전했다.

노사민정 합의에 `인재육성과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위기극복 이후 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노력한다'는 조항이 명기된 만큼 앞으로 이 부분도 조금씩 논의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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