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화는 두 가지 적과 싸워야 했죠. 만화를 천시하는 사회적 편견과 만화가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정부의 검열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100년을 맞은 감회가 새롭습니다."
한국만화100주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재동(56) 화백과 김동화(59) 화백은 2일 오후 '한국만화 100년전' 개막식을 앞두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만화의 역사를 회고하고 미래를 전망했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은 한국만화가 두 가지 적과 싸워야 했기 때문에 만화가들끼리 서로 '전우'라고 부른다고 소개했다.
"만화를 보면 공부에 지장이 있고 성격도 버린다는 사회적 편견이 있었죠. 저는 만화가게 아들로 태어나 만화를 엄청 많이 봤지만, 행복했고 마음도 거칠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회는 아이들이 저지르는 모든 죄를 만화에 뒤집어씌웠죠."
박 화백은 검열이 심했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일본에 비해 우리 만화 산업이 뒤쳐진 중요한 원인으로 검열을 지목했다.
"옛날에는 온가족이 한방에서 잤는데 어린 오누이가 한방에 있으면 남녀칠세부동석이라 못 그리게 했죠. 또, 남녀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그릴 때는 몸이 나오면 안되고 멀리서 발만 그려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생 이야기', '요정 핑크'의 김동화 화백도 1950∼1960년대 이미 만화를 문학의 하나로 편입시킨 일본과 달리 한국만화는 콘텐츠를 단련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검열에 걸리지 않을지 고민해야 했다는 것이다.
"60쪽짜리 만화를 만들면서 3번 검열을 받아야 했죠. 출판사도 많지 않아 한 곳에서 잘리면 다른 곳에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왜 만화책을 양질로 만들어주지 않느냐고 항의할 수도 없었어요. 일본은 50년간 마음 놓고 만들었지만 우리는 제대로 표현한 게 10년 될까말까 합니다."
그럼에도 김 화백은 한국만화가 기술적으로는 충분한 발전을 했다면서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우리가 일본에 비해 좋은 작품을 축적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노하우와 기술은 축적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예전에는 한국만화라면 자신들의 것을 빼앗는 저급한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능력을 인정하고 있어요. 유럽에서도, 프랑스에서 2005년 '베스트 5'에 한국만화가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박 화백은 오래 전 사랑받았던 추억의 만화를 재출간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대화와 상업화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을 재출간하려 시도했어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 보기에는 감각이 다르더군요. 지금 나오는 만화들이 더 박진감 있고 치밀하니까요. 시장에 내놓을 일은 아니고, 자료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복간본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박 화백은 '슈퍼맨' 등 시리즈물로 만들어져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는 미국 만화를 예로 들면서 "한국만화도 스토리를 이어 만들어 나가는 문화가 생겼으면 한다. 옛날 만화를 지금의 감각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으로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 화백은 '한국만화 100년전'에 성인만화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외설적인 것을 다루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문화는 고급스러운 것과 외설적인 것이 공존하게 마련입니다. 다양한 독자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성인물을 빠뜨린 것을 보면 아직 그런 것을 다루면 지탄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예 고려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은 문제입니다."
김 화백은 "단 한 번도 만화가 음성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만화를 문화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항상 내 만화는 반드시 서가에서 꽂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정부에서도 만화를 주요 문화산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연재 만화의 인기가 좋고,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신문 연재도 되는 나라입니다. 고정관념을 가지면 세상에 예뻐 보일 것 하나도 없어요. 그러나 지우고 보면 그 안에는 깊은 세계가 있습니다."
(과천=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