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은 그렇다치고 이륙할 땐 짧은 활주로에서 절벽으로 거의 떨어지다시피한다.
이게 해발 2840미터 산 중턱에 만든 루클라 공항의 전경이다.
거리가 안 나왔기 때문인지 일반 공항과는 비교가 안 되게...약간 과장하면 거의 항공모함 수준으로 활주로가 짧다. 그래서 활주로는 착륙할 때 약간 위로 올라가도록 경사져있다.
내릴땐 위로 올라가는 셈이니 약간의 감속 효과가 있고, 이륙할 땐 절벽으로 거의 떨어지다시피한다. 게다가 바로 앞엔 커다란 산이 두 개 가로막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행기는 뜨자마자 산 중턱을 향하게 되고 거기서 기수를 끌어올려 약간 방향을 비틀면서 고도를 올리게 된다.
저 좁은 비행기에 나름 스튜어디스도 있다. 하지만, 50여분 비행 내내 물 한 잔 안 준다.
스튜어디스가 주는 거라곤 딱 하나.
귀 막을 솜을 준다...
18인승 경비행기가 이 활주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난다.
국장님은 비행기를 타면서 지난해 취재진이 탔던 바로 다음 비행기가 추락해 전원이 숨졌다는 말을 웃으면서 들려준다 -..-;;
아침 9시, 공항 옆의 롯지(산장)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길을 떠났다.
'카라반'이라 부르는 베이스 캠프를 향한 일주일 남짓하는 대장정의 시작이다.
베이스캠프까지 헬기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직빵으로 고소에 쓰러진단다. 고소 적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수면 고도인데 하루에 400미터 정도씩 고도를 올리며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베이스캠프까지 걷는 거다.
난 사실 산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어쩌다 1년에 한 두번 친구랑 북한산에 가는게 전부다.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트레킹은 좋아하지만, 바위를 기어오르거나 허공에 떠있는 사다리는 딱 질색이다.
내가 에베레스트 출장에 나선 건 산에 오르면서 손을 사용할 일 절대 없고 허공에 떠있는 사다리 같은 것도 절대 없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산에서 절대 믿어야 할 말이 '다 왔어요', '바로 저기에요.'
뭐 이런 말이듯...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100% 믿을 순 없는 노릇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길을 나섰다.
경사도 적당했고,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포터들은 저렇게 소쿠리 등에 15kg 남짓한 짐을 싣고 산을 오른다.
5kg이 채 안 되는 짐을 메고 하루에 8시간 정도 걷는 건 일도 아니었다.
오후 4시쯤 첫 목적지인 팍딩에 도착했다.
롯지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올라가면서부터 침낭에서 자야 한다고 들었는데 담요가 훌륭해서 굳이 침낭을 꺼낼 필요가 없었다.
고소를 예방하기 위해 따뜻한 물도 많이 마셨다.
잠도 너무 푹 잘 잤다.
고산병 따위와 나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 때까지가 나의 전성기였다 --;;;
다음날 아침 8시, 두번째 목적지인 남체로 떠났다.
남체는 3,460미터,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이 오른게 지리산 천왕봉 1,915미터니까 슬슬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거기에 남체 가는 길이 xx같다는 말을 듣고 왔기에 살짝 두려움도 생겼다.
팍딩에서 남체로 갈 땐 몬조란 곳을 거친다. 여기서 점심을 먹는데 이때까지 내리막이다. 카라반에서 내리막은 무서운 존재다.
결국은 고도를 높여야하는데 내려왔으니 내려온만큼 올라가야 하고, 십중팔구는 내리막 뒤엔 가파른 길이 나오기 때문이다.
몬조 이후 남체까진 3~4시간 정도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하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진 않았다.
북한산 깔딱 고개 정도의 경사는 아니었다.
내가 싫어하는 구름다리도 세 개 건넜다.
무진장 높은 곳에 매달려 있고 아래에는 강이 흐른다.
'듀 코시'라는 강인데 '우윳빛 강'이란 뜻이다. 강물 색깔은 아름답지만 아래를 보면 아찔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철로 단단히 고정돼 있어서 야크도 다니는 길이다.
드디어 남체다.
일주일에 한 번 장이 서는 꽤 큰 곳이다.
그래서 이곳을 '남체 바자르'라고 부른다.
베이스캠프에 머무는 원정대도 먹을 것이 떨어지면 셀파를 이곳까지 내려보내 장을 봐 오기도 한다.
주로 버팔로 고기나 야채, 치약 등을 사온다.
심지어는 남체에서 장이 열린 다음날 보따리 장수가 베이스캠프까지 오기도 한다.
3,500미터 고지대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은 이어지는구나...
새삼 평범한 일상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국장님이 앞으로 꼭 필요하다며 헤드 랜턴과 슬리퍼를 샀다.
문제는...지금까지 멀쩡했는데 남체에 짐을 풀면서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기 시작한 거다.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점심까지만 해도 그렇게 맛있던 현지 음식을 도저히...먹을 수가 없었다.
저녁은 한식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보름 넘게 계속됐던 고산병과의 첫 만남이었다. ㅜㅠ
|
[편집자주] 보도국 문화부의 젊은 피, 유재규 기자는 종교계와 대중문화, 문화재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한 뒤 국제부를 거쳐 사회2부 사건팀을 거쳤습니다.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시선으로 현장의 이야기들을 전하는 유 기자는 최근엔 박영석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남서벽 도전을 현지에서 동행취재했습니다. |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