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법원 판결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인수 논란에 따른 법적 책임을 덜게 된 삼성그룹은 이건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중심 체제로 자연스럽게 재편될 전망이다.
이 전 회장은 차명재산 관리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혐의와 관련한 2심 판결이 파기환송되면서 이와 관련한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초 단행된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등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로 이 전무의 생각을 잘 읽는 인사들이 전진 배치돼 경영 승계의 토대가 마련된 것도 삼성그룹이 이 전무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삼성그룹 총수로 이 전무가 전면에 등장하는 문제는 삼성이 지난해 4월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과 맞물려 있어 앞으로 적어도 3~4년의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25.64%를 4~5년 내에 매각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놓은 상태다.
문제는 지주회사 체제로 가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인데, 시가총액 80조 원이 넘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 이 전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15.26%에 불과하고, 1%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려면 약 8천억 원이 든다.
삼성그룹도 자금 부담 등을 고려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당시에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금융산업구조개선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이 전무가 이끄는 '뉴삼성'의 그림이 그려지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에 관심을 둬온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이송희 팀장은 " 두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 보면 경영의 투명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삼성재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하면서, 사실상 현재 소( 小)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에버랜드를 이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I 등 제조, 서비스분야를 묶는 일반 지주회사와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을 묶는 금융 지주회사로 나누는 방안도 가능한 시나리오의 하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사 분할 등 복잡한 절차를 해결해야 하는 지주회사로의 전환 대신에 '족벌경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있는 다른 묘책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지주회사로의 전환 여부에 관계없이 삼성그룹은 점진적으로 이 전무 중심으로 경영권 교체가 추진되겠지만, 이전보다 한 사람에 쏠린 경영권 집중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이 전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가 에버랜드와의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집중된 지배구조의 분산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부진 전무는 에버랜드 지분 8.37%를 갖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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