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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울었습니다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지켜봤습니다.

전날밤부터 노사모 회원들이 노사모 사무실에서 대통령 자택까지 노란 풍선을 벽에 매달고 촛불을 들고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아침 8시쯤 대통령이 자택을 나오자 30여 명의 참모들과 일일히 악수를 나눴습니다.

버스에 오르기 직전 지지자들을 잠시 쳐다봤습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취재진 앞에 서서 두 세마디 남겼습니다.

국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목소리는 분명히 잠겨 있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중계방송을 하던 저 조차도 목이 잠겼습니다.

단순히 정치인으로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계획적인 연기는 아니었습니다.

진심으로 면목이 없었을 것입니다.

검찰이 잡고 있는 혐의를 시인하기 때문에 면목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600만 달러를 본인 주변 사람들이 받았다는 사실에 염치가 없었기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글썽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선지 고개를 숙인 채 버스로 걸어갔습니다.

취재진과 지지자들을 향해 살포시 미소를 머금고 손을 잠시 들어보였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사랑해요 노무현'  '사랑해요 노무현'

대통령을 외치는 지지자들도 목이 메었습니다.

일부 복받치는 감정을 참지 못해 눈물을 쏟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지자들이 왜 함께 울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 결백한데 정치탄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대통령이 받았지만 받았어도 대통령을 진정 사랑하기 때문인지 아무튼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여느 정치인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금뱃지를 달던 여느 정치인과는 다른 분명 뭔가 다른 정치인이긴 합니다.

금뱃지 달겠다고 지역감정 부추기고 지역구 지키겠다고 공천때마다 복마전을 펼치는 여느 정치인과도 분명 구별되는 다른 프레임의 정치인인 것도 맞습니다.

이번 뇌물 의혹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커다란 실망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대통령 인생 궤적의 부침과는 상관없이 노무현 개인에게 아무 조건없이 이런 사랑을 보내주는 지지자가 있다는 것은 정치인 노무현에게 커다란 자산이자 든든한 빽임은 분명합니다.

가시는 길 즈려밟고 가시라고 버스가 이동하는 길에 지지자들은 노란 풍선을 흔들고, 가시가 많은 노란 장미꽃을 뿌렸습니다.

기자들에게도 신기한 풍경이었습니다. 함께 감정이입이 되더이다.

결국 함께 울었습니다.

이 눈물의 의미가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기사 한 줄 한 줄에 평가를 받고 수많은 적을 만드는 게 기자들입니다.

저런 수많은 지지자들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인간 노무현이 대단히 부러웠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분위기에 감정이입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애써 숨기려 하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른 승복의 정신과 진심으로 사과하는 대통령의 큰 그릇과 5년 동안 국민들을 이끌었던 대통령의 미안함을 지켜보며 적어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느낀 대통령에 대한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탄압, 표적 수사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굳이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말이 맞지도 않고 기자로서 팩트 없이 공개적인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여느 전직 대통령이나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른 상황인 것은 백 번 양보해도 맞는 것 같습니다.

이제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지 검찰의 결정만 남았습니다.

분명 법리적인 문제인 건 사실입니다. 검찰도 정치적인 판단이나 고민없이 법으로 말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말하는 정황증거나 대가성이 국민 법감정의 기준에 맞게 설정됐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저는 함께 울었습니다.

  [편집자주] 활발하고 저돌적인 취재로 사회2부 법조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한석 기자는 2005년 SBS 공채로 보도국에 입사했습니다. 사건기자 시절에는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일산 초등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을 팀원들과 함께 특종 취재해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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