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캐릭터는 보고 있으면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고 또 나에게 말을 걸어줄 수 있어야 해요"
세계적인 인기 캐릭터인 '헬로키티'의 디자이너 야마구치 유코(山口裕子)는 24일 좋은 캐릭터의 조건에 대해 "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인사이드 키티'(Inside Kitty)전에 맞춰 한국을 찾은 야마구치 유코는 일본의 유명 캐릭터상품 회사인 '산리오'(Sanrio)의 수석 디자이너로 헬로키티를 오늘날의 인기캐릭터로 키워낸 인물이다.
야마구치 유코는 헬로키티 캐릭터를 처음 만든 인물은 아니다. 1974년 디자이너 유코 시즈미가 작은 손지갑에 들어갈 디자인을 생각하던 중 빨간 리본을 단 하얀 고양이를 만든 것이 헬로키티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헬로키티가 지금처럼 인기 캐릭터가 된 것은 야마구치의 공이 컸다. 미대를 졸업하고 1978년 산리오에 입사한 그는 입사 2년 후 여러 명의 디자이너를 제치고 헬로키티의 3대 디자이너로 발탁됐고 이후 지금까지 29년간 헬로키티 디자인을 담당하며 '헬로키티의 엄마'로 불리고 있다.
그는 헬로키티의 젊은 이미지와 함께 하기 위해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리를 함께한 산리오 관계자는 "나이는 일본에서도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다"라며 "60대로만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빨간 리본을 단 고양이 캐릭터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비결을 묻자 그는 1987년에 받았던 편지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없는 캐릭터였어요. 산리오 내에서 판매 1위 캐릭터가 된 것도 캐릭터가 나온 지 10년이 지난 1985년 가을쯤이었어요. 당시까지만 해도 헬로키티는 아이들만을 위한 캐릭터였죠. 그런데 1987년 한 고등학생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그 학생은 친구들로부터 '헬로키티는 아이들 캐릭터인데 고등학생인 네가 왜 헬로키티 상품을 가지고 있냐'고 놀림당한다면서 "고등학생이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디자인과 상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그때부터 고등학생이 가져도 이상하지 않은 디자인을 고심하기 시작했죠"
편지를 받은 야마구치는 컬러를 없애고 흑백으로만 표현한 무채색의 헬로키티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헬로키티는 고등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헬로키티가 외국에서도 인기 캐릭터가 된 데는 유명인들의 간접 홍보가 큰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는 디자이너 안나 수이의 매장에 헬로키티 상품이 장식으로 진열되면서 헬로키티가 인기 캐릭터가 됐다.
헬로키티 외에 마이멜로디 같은 캐릭터 작업에도 관여한 그는 성공적인 캐릭터의 조건에 대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릭터는 보고 있으면 말을 걸 수 있을 것 같고 나에게도 말을 해 줄 것 같은, 즉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야 해요. 보통 애니메이션에서 시작한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안에서 대화하니까 그 캐릭터로 상품을 만들어도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캐릭터가 상품을 갖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런 점에서 캐릭터는 사람들의 시선에 함께 있어야지 혼자 앞서가거나 높은데 있으면 안 돼요. 약간 동경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죠. 조금만 노력하면 손에 잡힐 것 같은 그런 위치 말이죠"
좋아하는 캐릭터로 스누피와 미키마우스, 미피(네덜란드의 토끼 캐릭터) 등을 꼽은 그는 한국 캐릭터 중에서는 '마시마로'를 알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마시마로를 처음 보고는 '귀엽다'고 생각해 마시마로 인형을 사서 일본에 돌아갔고 인형에 리본도 묶어주고 했었죠.(웃음) 그런데 지금은 별로 귀엽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계속 지켜봤는데 지금은 캐릭터가 많이 변한 것 같아요"
그는 컴퓨터에만 의존해 작업하는 요즘의 디자인 경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은 처음부터 컴퓨터에 의지하다보니 색채 감각이 제한돼 있어요. 핑크색만 해도 100가지 다른 핑크색을 낼 수 있는데 요즘 디자이너들은 컴퓨터에서 색깔을 골라 작업하기 때문에 그런 작업을 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이러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도 비슷해 보일 때가 많아서 아쉬워요. 컴퓨터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색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인사이드 키티'전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두섭과 설치미술가 변대용, 일러스트레이터 현태준 등 다양한 분야의 국내 작가 40여명이 헬로키티를 다양한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다음 달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본관에서 계속된다.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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