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보장수급자 선정 과정에서 25년 전 헤어진 모녀가 만나게 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2일 경북 고령군에 따르면 허모(60.여) 할머니는 18살에 결혼해 충남의 한 마을에서 1남2녀를 낳고 넉넉지 않은 살림을 꾸리며 살았다.
하지만 가난한 형편보다 더 괴로웠던 것은 바로 남편의 폭행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남편도 아이들 만큼은 귀하게 여길 것"이라며 "아이들 걱정은 말고 당신 살길을 찾아가라"고 말했다.
허 할머니는 결국 큰 딸이 중학생이 되던 84년 아이들이 엄마의 손길 없이도 지낼 수 있을만큼 컸다고 생각하며 집을 나왔다.
이후 공사장과 식당, 공장 등을 돌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허 할머니는 경북 고령에 터를 잡았지만 건강이 악화돼 올 4월 추간판장애 판정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거동마저 불편해진 허 할머니는 이달 초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했고, 고령군 사회복지과에서는 곧바로 부양의무자 소득현황 조사를 나섰다.
부양 능력이 되는 자녀가 있어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거나 왕래가 없다고 주장하는 신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달 13일, 군 복지조사담당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허 할머니의 큰 딸 남모(37)씨를 찾아 허 할머니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남씨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어머니가 25년 전에 집을 나간 뒤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것.
그러나 매몰찬 반응 뒤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있던 남씨는 사흘 뒤 다시 군청으로 전화를 했고, 어릴 때 받은 상처 때문에 힘들었지만 다시 어머니와 연락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 할머니는 이날 25년 만에 수화기 너머로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쏟았고, 남씨는 조만간 허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경북 고령을 찾을 예정이다.
고령군 김순이 복지조사담당자는 "부양의무자 조사를 하며 부모와 자식 간에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는 종종 봤어도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이 상봉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며 "두 분이 그간 못 나눴던 모녀간의 정을 앞으로 많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령=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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