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1일 식물인간 상태에 처한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한 데 대해 의료계는 그동안의 숙원이 일부 받아들여졌다면서 대체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그간 넓은 의미에서 소극적 안락사로도 볼 수 있는 '존엄사'를 인정해 달라는 입장을 입법기관 등을 통해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의사협회가 2001년 11월 제정, 공포한 의사윤리지침 30조(회복불능환자의 진료중단) 2항을 보면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나 가족 등의 대리인이 생명유지 치료를 비롯한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대한의학회는 2002년에 만들었던 '임종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의료윤리지침'을 통해 현대의학기술을 적용한 적극적인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고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는 '임종환자'에 대해 의사가 치료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물론 이 같은 의학회의 지침은 '적극적 안락사' 논란만 빚다 결국 제정되지 못했지만 그만큼 의료계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법률적 근거 마련이 절실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2006년에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불합리한 연명 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것과 신상진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존엄사법안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의사협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연명치료에 대한 법제화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제부터 협회가 나서 사회적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존엄사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좌 대변인은 "하지만 같은 연명치료 중단이라고 해도 환자와 가족이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는 만큼 사회 각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 숙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환자의학회 등도 관련 의학자들끼리 존엄사에 대한 의사결정 시기 등에 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법제화를 추진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고윤석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이번 판결은 식물인간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시켜달라는 가족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선언적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는 "대법원 판결로 존엄사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해결책까지 마련된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전문가들이 나서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임종환자지침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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