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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창업] 발로 트는 수돗물 발명한 할머니CEO

설거지나 세수를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물을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다.

이렇게 새는 물을 잡기 위해 손이 아닌 발로 트는 수도 장치를 개발한 사람이 여기 있다.

80대 여성발명가의 끝없는 도전, 기발한 제품을 개발한 사람은 올해 나이 80세의 여성 발명가 김예애 씨다.

연로한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매일 사무실이 있는 6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힘들지 않으세요?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사장  : 내가 지금 팔십인데 날마다 올라 다니다 보니까 힘든 거 몰라요. 건강에 아주 좋대요.]

작고 아담한 이 공간은 사무실 겸 연구실이고 또 공장이기도 하다.

김 씨의 발명품은 원리만큼이나 사용법이 간단하다. 

빨간 부분을 누르면 더운물, 파란 부분을 누르면 찬물, 둘의 경계 지점을 누르면 미지근한 물이 나온다.

또한 밟는 강도에 따라 물의 세기도 조절된다.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사장  : 손으로 수도꼭지를 틀면서 또 손으로 일을 하면서 두 가지 일을 하게 된단 말이지. 그러니까 이게 귀찮아. 그렇다면 손은 일만 하게 하고 발로 다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녀의 발명품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국제특허까지 획득하면서 공인기관으로부터 인정받는데도 성공했다.

[허계호/업체 관계자 : 획기적이죠. 전부 손으로만, 손으로만 터치해서 했는데 발로 하면 장애인도 쓸 수 있고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에 특별한 투자를 하지 않았지만, 알뜰한 주부들 사이에 퍼져 나간 입소문이 효과적인 홍보가 됐다.

[이두레/주부 : 1~ 2달에 18,000원 정도 나오던 게 13,000원, 15,000원 정도로 나오니까 한 3,000원에서 5,000원 사이 절약되니까 참 좋은 거 같아요. 편리하기도 하고요.]

[민희정/주부 : 그냥 하는 것보다는 발로 하니까 리듬감도 더 생기는 것 같고 아무래도 절약되는 느낌에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중학교 교사 출신인 김 씨가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 1999년.

그 때 나이 칠순의 할머니였다.

기계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발명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 을지로의 용품점을 헤매며 수도꼭지를 수집하고 관련서적을 뒤적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김종도/업체 관계자 : 아침에 문 열면 오셔 가지고 묻고 묻고 하셨는데.]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CEO  : 댁에 가서 애기나 보시죠. 그런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아예 상대를 안 해주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노골적으로 우리 바빠 죽겠는데 와서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야단도 하고 그러더라고.]

개발 초기 거듭된 시행착오에도 3년 가까이 매달린 결과 지난 2002년 첫 제품이 완성됐다.

하지만 영업 역시 개발의 어려움 만큼이나 만만치 않았다.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CEO  : 길에 가다가도 이렇게 보면 집을 짓고 있단 말이죠. 그러면 쫓아 들어가는 거야. 여기 사장님 누구세요? 이래가지고 붙들고 얘기를 하는 거지.]

당시 적극 만류했던 가족들이 이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김세준/아들 : 처음에는 당연히 말렸죠. 연세가 70 넘어서 그 때 무슨 일을 하시냐고. 그때는 쉬시라고 그랬는데 지나고 나니까 일을 하시는게 건강에 도움이 된 거 같더라고요.]

'반드시 더 나은 방법이 있다' 김 씨 회사의 이 사훈처럼 최근엔 전자센서를 부착한 새로운 수도꼭지를 개발해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CEO  : 그 전에 있던 손 씻는 거는 손만 씻고 마는 거지만 이거는 부엌에서 설거지 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기능이 다 섞여 있어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세계시장을 공략할 차례다.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CEO  : 절수라는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한정되어 있는 게 아니에요. 이거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물이라는 게. 그래서 중국에도 가고 두바이에도 가서 전시회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들 놀래더래요. 외국 사람들이 보고.]

인생의 내리막이라는 세상의 편견에 당당히 맞선 80대 할머니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김예애/수도 장치업체 CEO  : 칠십에 어떻게 그런 걸 하냐, 칠십 되면 바보가 되나 뭐. 그런 게 아니라 다만 신체 건강의 기능이 둔해진다 뿐이지 생각은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다를 게 없죠. 그러니까 내가 칠십에 시작해서 팔십인데 10년 동안은 완전히 여기에 미쳐서 보낸 거고, 내 인생은 지금부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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