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타이밍, 26년.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때로는 서슬 퍼런 시대적 유감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만화가, 강풀.
[박철권/만화가 : 작가들이 보는 관점에서는 무서운 작가죠.]
[윤태호/만화가 : 분명히 분노해야 할 포인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이.]
특히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다룬 만화 '26년'을 출간해 또 한번 시대정신을 담아내며 주목을 받기도 했던 만화가 강풀.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본다.
인터넷 스타만화가 강풀!
만화가, 강풀을 만난 곳은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
그는 요즘 새롭게 들어갈 연제 만화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강풀/만화가 : 6월 초에 다시 새 연재 들어가가지고, 요즘 한창 원고작업하고 있고 캐릭터 잡고 있어요.]
한번 연재에 들어가면 하루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
단순히 머릿속의 생각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료수집부터사진 촬영 등 사전 작업도 만만치 않은데다 마음에 들때까지 수정하는 것도 시간에 쫓기는 이유다.
[강풀/만화가 : 연재 기간은 보통 4개월 정도 돼요. 그 전에 먼저 스토리를 다 써놔요. 처음부터 끝까지]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인터넷에 소개하는 만화마다 화제를 일으키며 유명 만화가의 반열에 오른 강풀.
그가 다른 매체를 두고 인터넷을 선택한 데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있다.
[강풀/만화가 : 나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내 만화를 받아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내 그림을 A4용지에 복사해서 돌릴 것도 아니고, 내 만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해서..]
'바보'와 '순정만화', 그리고 70대 노인들의 러브 스토리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그가 내놓는 작품마다 네티즌들은 열광했다.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인공들이지만 삶을 대하는 그들의 진지한 태도와 지극히 상식적이면서 동시에 섬세한 내면세계에 독자들이 공감한 것이다.
이런 그의 작품은 영화와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
작가에게 작품 하나 하나가 자식처럼 소중할 수밖에 없겠지만 강풀에게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처를 담은 '26년'이란 작품은 더욱 각별하다.
[강풀/만화가 : 우리가 이땅에 산다면 반드시 잊지 말아야 될 게 5.18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만화를 그릴 때는 힘들고 그랬지만, 제가 만화를 그리면서 제일 잘 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윤태호/만화가 : 저희 세대 작가들은 분명하게 발언할 건 발언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나. 그래서 강풀 작가의 26년이나 이런 작품들은 의미가 있죠.]
'26년'은 5·18 당시 계엄군이었던 사람과 도청에 끝까지 남아 있었던 시민군들의 아들, 딸들이 26년이 흐른 후에 모여 법이 응징하지 못한 '전범'을 단죄한다는 내용의 팩션만화인데, 그는 왜 5.18이라는 소재를 관심을 갖게 된 걸까?
[강풀/만화가 : 중학교 때 길을 건너는데 양쪽에 너무 처참한 사진들이 있는 거예요. 그 당시 대학생들이 사진을 붙여놓고 도망을 간 거예요. 알리려고. 그런데 그 당시에는 오로지 드는 생각이 토할 것 같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이게 뭐야. 자세한 사건정황도 모르고. 그런데 그 형님들은 알리려고 한 거잖아요. 그게 너무 강렬 하게 남았어요.]
그후 대학에 들어가 학생회활동을 하며 5.18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그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 졌고, 만화가가 된 후에도 반드시 작품으로 써야만 할 숙제와도 같은 것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작품으로 옮기려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강풀/만화가 : 가족들도 많이 우려를 했고요. 사실 26년을 하고 나서 일본으로 도망가려고 했어요. 왜냐하면 마침 일본에서 스카웃 제의가 와서. 모든 만반의 준비를 했었는데, 별일 없이 잘 끝났어요.]
너무 위험한 소재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6년 4월부터 인터넷에 연재되는 동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윤태호/만화가 : 우와~ 정말 좋다. 이 만화는 우리 세대 때 분명히 거치고 넘어가야할 작품이 아닌가 생각을 했죠.]
[강풀/만화가 : 내 만화가 재밌어서 반응하는 것도 만화가로써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지만 사람들 입에 댓글들에 5.18, 5.18이 회자되고, 알아낼려고 하는 것이 좋았어요.]
우려했던 목소리는 응원으로 바뀌고,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지난 해에는 영화화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까지 마친 지금,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강풀/만화가 : 좀 안타깝죠. 영화가 만화보다 상위에 있는 문화는 아니지만 훨씬 더 파급력이 있는 건데, 영화가 여러 가지 여건상 잠시 멈춰선 것에 있는데는 좀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영화 '26년'의 제작이 무기한 연기로 결정되자 일부에서는 정치적 외압설도 흘러나 왔다.
[강풀/만화가 : 외압은 없었습니다.]
대중문화의 한 장르인 만화가 대중과 떠나서는 빛을 발할 수 없는 만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는 강풀.
그래서 그는 오늘도 시대적 정신을 담은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강풀/만화가 : 중요한 사실보다는 진실이 있을 때 알리는 만화가 필요하다. 내가 가장 알릴 수 있는 웹에서 작업을 한다. 그러면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계속 그럴 생각이예요.]
그는 요즘 동료만화가들과 함께 새로운 사업에 뛰어 들었다.
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화가 스스로 열어보겠다는 당찬 포부로 시작한 일이다.
[강풀/만화가 : 일단은 우리가 만화라는 걸 하나 그려놓고 만화 땡, 이게 아니라 그 이후로 따라 오는 것을 책임을 지고 우리가 관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강풀을 비롯한 윤태호, 양영순, 박철권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들이 모여 토종 우리 만화로 해외 진출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박철권/만화가 : 컨텐츠를 잘 다듬고 만들고, 가공을 해서 좀더 넓게 펴트려보자.]
때로는 코끝 시큰한 감동으로, 때로는 날카로운 시대정신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만화가 강풀.
그가 열어가는 한국 만화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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