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화가 발표되자 마자 온라인에서 이를 불법으로 내려받는 것이 일상화된 영상 콘텐츠 시장에 변혁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건전한 저작권 생태계 복원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팔을 걷어붙였다. 영상 콘텐츠가 국가경쟁력 강화의 첨병인데다 IPTV 등 미디어 시장 재편 속에서 영상 콘텐츠 주가는 더욱 올라가고 있어 시장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이다.
저작권자들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불법 유통시장 규모가 연간 6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포털 등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더욱이 시장 정상화는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업계로서는 매우 절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은 미래 한국 영상 콘텐츠 시장의 운명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혼돈 속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유통시장 뼈대는 = 현재 정부는 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저작권거래소를 설립, 저작물 양도거래시스템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검토 방안의 하나일 뿐 저작권거래소를 저작권위원회 산하에 둘지, 양도거래시스템을 도입할지도 아직 미지수다.
우선 정부안의 골격은 저작권거래소를 중심축으로 저작권자와 유통 플랫폼이 영상 콘텐츠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저작권거래소와 저작권자 사이에는 저작권 신탁단체가 중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신탁단체는 영화제작사와 투자사, 방송 등으로부터 저작권을 신탁받아 총괄 관리하는 모델로, 영화 분야의 경우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신탁단체로 나설 모양새다.
또 저작권거래소와 유통 플랫폼 사이에는 동영상 검색.필터링 기술업체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포털 등 유통 플랫폼이 관련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적으로 기술망을 구축해 유통 단계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간 이해관계 충돌한 '복마전' = 형태는 이와 같지만 관련 업계들은 동상이몽이다. 상반된 이해관계로 꼬인 실타래 같다. 그만큼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과정은 가시밭길일 수 있다.
정부는 저작권거래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잘못 설정될 경우 시장의 자율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진위의 경우 최근 영화산업 진흥정책을 내놓으면서 영화 콘텐츠를 통합하는 데이터베이스와 수익정산시스템의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거래소의 역할 범위에 따라 영진위와 업무가 중복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영진위가 유통 플랫폼에서 영화 내려받기 및 스트리밍에 대한 가격과 유통 시간 등에 대해 결정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
민간 분야에서는 정부 개입에 대해 마냥 환영하지 않는다. 민간 영역을 넘볼 경우 민간 분야로 돌아갈 파이가 줄어드는 데다 시장 상황이 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시장 구축에 나서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영화 업계 관계자는 "CJ엔터테인먼트가 NHN과 접촉해 자체적으로 저작권을 가진 영화를 독점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독점 공급에 대한 부담으로 다른 포털과도 제휴할 수 있는 여지도 열어두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유력 CJ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한 유력 투자.배급사들은 웹하드 업체에 적대적이어서 유통 플랫폼으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웹하드 업체들과의 소송 문제도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른 관계자는 "수년간 웹하드 업체에 자정 기회를 줬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공허했다"면서 "다시 웹하드 업체를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배급사가 포털과의 직거래에 나선다면 유통 구조가 여러 갈래로 나뉠 수도 있다.
이는 웹하드 업체와 관계망을 복원하고 있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와 입장이 다르다. 저작권자들 간의 협의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셈이다.
더욱이 아직 구체적인 가닥이 나오지 않고 있는 방송 분야의 입장도 시장 재정립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유통 과정에서 수익 분배를 어떻게 할지도 문제다. 저작권자와 유통 플랫폼이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자신의 몫을 과도하게 주장할 경우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밖에 DVD 등 부가판권 시장에서도 영화 개봉 후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시간이 짧을 경우 직격탄을 맞게 될 수 있어 문제를 제기할 소지도 있다.
◇진일보한 동영상 검색.필터링 기술 = 저작권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에 탄력을 준 것은 동영상 검색.필터링 기술이다. 올해 벤처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동영상 검색.필터링 기술 가운데 일부는 기술력이 상당하다는 게 IT업계의 평가다.
이들 기술은 영상물의 변형, 압축, 자막, 음성 등에 관계없이 영상물을 검색.차단할 수 있다. 불법 복제된 영상물이 숨 쉴 가능성을 막아버린 셈이다.
또 다양한 검색이 가능한데다 이용자들이 내려받는 횟수도 집계할 수 있다. 이들 업체가 저작물의 판매 상황을 파악해 저작권자와 유통 플랫폼이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작자가 영상물에 대한 복제를 무료로 허용한다 할지라도 검색을 통해 포털 등에 퍼진 영상물을 추적, 광고를 붙이는 방법으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동영상 검색.필터링 기술 업체가 저작권거래소와 유통 플랫폼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술 발전이 저작권 생태계 복원의 근간이 된 것이다.
◇웹하드 변신 몸부림..포털 '방긋' = 영상 콘텐츠 시장 재편을 앞두고 웹하드 업체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해 사업주들이 불법 영상물 유통에 대한 방조 협의 등으로 잇따라 사법처리되는 등 곤욕을 치렀던 웹하드 업체로서는 시장 재편 과정에서 정상적인 유통 플랫폼으로 인정받지 않는 한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50여개의 웹하드 업체로 구성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이하 DCNA)는 제협과 공조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CNA는 13일 웹하드 업체의 필터링 기술 장착 의무화, 제협과 공동 모니터링 센터 운영, 포털에 필터링 기술 장착 촉구 등의 내용으로 제협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DCNA에 속한 웹하드 업체들이 강력한 자정 의지를 보일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DCNA의 장악력이 군소 업체들까지 미칠 지가 관건으로, 만약 미치지 않는다면 군소 웹하드 업체의 경우 불법 영상물 유통에 다시 기대게 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웹하드 업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유력 투자.배급사들이 웹하드에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웹하드로서는 다른 유통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포털은 굳이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많게는 수천억언대의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 불법 영상물 문제가 해결되고 영상 콘텐츠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웹하드 업체와 같은 가격으로 영화 등의 영상물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누리꾼들이 인터넷 이용시 거쳐가는 플랫폼인 포털 입장에서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력 포털은 관련 팀을 가동해 시장 변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타래 잘 풀릴까 = 영상 콘텐츠 시장에 대한 전망은 현재 누구도 쉽사리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변화의 필연성은 인지하지만 수많은 변수가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정립될 시장에 대한 명제는 하나로 모아진다. 저작권 단체 관계자는 "저작권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리고, 종잣돈으로 한국 영화 산업 육성 등 콘텐츠 산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한편 인터넷 시장에서 합법적인 사업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목소리는 각 관련 업계와 기관의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대의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수준에서 조율해야 상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형성 과정에서 영상물에 대한 합리적 가격정책도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유력 신작 영화를 IPTV나 인터넷에서 보려면 3천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이 같은 방식이 계속된다면 이용자들이 불법 복제물을 찾아 인터넷을 떠돌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를 틈타 중국에 서버를 둔 웹하드 업체가 생겨나거나 국내에서도 법망을 피해 음성적인 웹하드 업체가 등장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업체는 적발이 어렵지 않을수 있으나 중국에 서버를 둔다면 처벌이 쉽지 않다.
중국에 서버를 둘 경우 영상 파일을 내려받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별다른 변수는 안 되겠지만 스트리밍은 큰 애로가 없어 불법 복제물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 단체 관계자는 "불법 복제물에 대한 욕구는 단속 등으로 사라지기 힘들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야 욕구를 줄일 수 있다"면서 "결국 합리적인 시장 구조가 형성되는 게 열쇠"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