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여 동안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미국 대형은행들에 대한 자산건전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금융불안이 진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등 일부 금융회사들이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들에 대한 추가 공적자금 투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막연한 불안감이 진정되고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금융회사들에겐 자산매각이나 신주발행 등을 통해 스스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으며, 이들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부 발행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을 통해 정부가 이들의 지분을 갖게 되면서 또다시 '국유화'의 충격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본적으로 경기가 더욱 나빠지는 경우를 가정해 미국의 대형 19개 금융회사가 이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취지로 실시됐다.
미 금융당국은 결과 공개여부를 놓고 고심했지만,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금융회사들의 실상을 투명하게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공개를 결정했다.
테스트 결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40억 달러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고 웰스파고는 150억 달러, 씨티그룹은 50억 달러의 자본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최소한 7개 은행에 65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메트라이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은 자본을 확충할 필요 없이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이긴 하지만 정부의 공개로 인해 이른바 우량-부실 은행의 명단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는 셈이다.
이런 결과 공개는 시장의 불안감을 제거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해당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추가 자본조달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충하도록 압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성적표'가 공개된 이상 해당 업체의 건전성이 높아질 때까지 투자자나 예금자들이 투자나 예금을 꺼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로 인해 은행권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고, 뉴욕 증시에서 금융주들도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 의회가 이미 승인한 구제금융 자금이 충분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며, 그렇다면 은행들에 대한 대규모 구제금융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19개 금융회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도 1천억 달러 미만으로 일부 전문가들이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수준에 못미친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전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 "금융시스템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안개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결과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본 확충 판정을 받은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여전히 금융권의 숙제로 남게 된다.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들은 내달 8일까지 자본 확충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자산매각이나 주식발행을 통해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팽배한 현재의 금융시장에서 자산을 매각하거나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자본확충 계획의 이행 여부가 앞으로의 복병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들은 금융시장에서 자력으로 자본을 확충하는 데 실패하면 결국 정부에 대해 보유중인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정부가 상당수 금융기관에 대해 지분을 갖게 되면서 금융산업 국유화 논란과 금융시장의 충격이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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