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가 6일 이례적으로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했다.
통상 검찰이 국세청의 자료를 넘겨받을 때 법적.형식적 근거를 남기려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런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때 조사4국장이었던 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과 당시 조사4국 3과장 및 조사4국 3과 1계장의 현재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조사4국 3과는 작년 7월30일부터 박 회장의 태광실업과 정산개발을 세무조사해 그가 세종증권ㆍ휴켐스 주식을 차명거래해 차익을 얻고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배당이익을 받아 200억원 이상 세금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 작년 11월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세무조사를 직접 지휘하고 조사4국장이 서울지방국세청장이나 국세청 조사국장 등 보고 라인을 거치지 않고 한 청장에게 조사 내용을 직보하는 체제로 실시됐다는 설이 국세청 안팎에서 나왔었다.
심지어 조사 직원들로부터 비밀유지 각서를 받아 한 전 청장과 조사4국장만 결과 전반을 알고 있었고, 보고서를 수차례 작성하면서 일부 혐의를 누락시키거나 검찰 고발 때 `리스트' 등 주요 자료를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다양하게 제기됐다.
따라서 검찰은 국세청 세무조사가 곧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지는데다 당시 박 회장이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각계각층에 각종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검찰에 제출된 자료가 전부인지, 누락된 자료는 없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 사무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과 박 회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이 각각 공식 루트와 비공식 루트를 통해 로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검찰 안팎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또 박 회장에게서 관련 청탁을 받고 2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한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으로부터 "한나라당 이상득.정두언 의원에게 부탁했다 거절당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기도 했다.
결국 국세청의 검찰 고발로 박 회장의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검찰은 행여나 있었을 수도 있는 추가 돈거래나 언론에 의해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위를 규명하려 같은 국가기관인 국세청 조직을 압수수색하는 `강수'를 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최선을 다해 살펴봤다'는 점을 드러내 의혹이 남는 것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검찰에 넘기지 않은 세무조사 및 금융 자료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치"라며 "당시 조사4국장 등은 현재 피의자이거나 수사 대상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왜 통상 하듯이 협조를 구하지 않고 압수수색을 했느냐'는 질문에 "국세청 인사들의 개인비리 차원은 아니다"면서도 "자료 협조 이외에도 수사상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언급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때문에 검찰이 박 회장 측의 로비가 실제 국세청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는 차원을 넘어 구체적인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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