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소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후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될지 벌써부터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유사한 사건이 흔치 않아 `케이스 바이 케이스'(case by case)인 판례를 들어 유.무죄를 예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 몰랐다고 주장해도 처벌된다? = 박연차 회장이 600만 달러를 권양숙 여사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건넨 사실을 몰랐다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검찰은 `은행 지점장 사건' 판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지점장이던 김모 씨는 철강회사 관계자로부터 대출을 잘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994년 기소됐다.
돈은 김 씨 부인에게 건네졌는데 남편은 재판 때 끝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1.2심은 김 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기업 측이 김 씨와 수시로 접촉한 점에 비춰 몰래 부인에게 돈을 보냈다고 믿기 어렵고 부인이 이 사실을 남편에게 숨겼다고 볼 합리적 근거도 없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부인이 돈 받은 것을 몰랐다고 주장한 점에서는 노 전 대통령 사건과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법조계에서는 특수한 지위에 있는 대통령과 은행 지점장의 경우를 단순 비교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갖는 쪽도 상당히 있다.
집안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남편을 대신해 오랫동안 생계와 집안일을 챙겨온 권 여사가 온갖 국정 현안을 챙겨야 하는 노 전 대통령에게 굳이 돈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일견 합리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가족이 돈을 받은 다른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린 적도 있다.
재개발조합장 조모 씨는 2007년 분양 청탁과 함께 딸을 통해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 씨는 딸의 금품수수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돈이 전해진 후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고 당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돈을 받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처럼 가족이 돈받은 사실을 몰랐다는 사건의 유무죄는 개별 사건의 세세한 사정과 수사기관의 입증 정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가족의 금품수수 여부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직ㆍ간접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해 법정에 내놓느냐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유.무죄가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포괄적 뇌물죄' 여부는 = 노 전 대통령이 돈이 오간 것을 재임 중 알았다는 점만 입증한다면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를 입증하는 데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포괄적 뇌물죄는 법전에 따로 있는 혐의가 아니다.
형법 129조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ㆍ약속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뇌물죄로 처벌하려면 업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공무원이 직무와 관계 없이 평소 친분에 따라 받았거나 차용금이라고 주장하면 제공된 이익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다투게 된다.
이때 업무 범위를 넓게 보거나 대가 관계를 광범위하게 인정해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이며 판례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고위직 공무원에게는 비교적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인정해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확정했는데 이 때가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된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경우도 재임 중 돈을 받은 사실만 인정된다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괄적 뇌물은 특정 직무에 있는 사람이 돈을 받는 순간 성립하며 수사기관이 대가성을 엄밀하게 입증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도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에게 잘 봐달라는 말은 함부로 못할 것이어서 포괄적 뇌물죄가 있는 것"이라며 "대가성은 입증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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