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재보선 후폭풍이 여전한 여의도 정가에 전열재정비 움직임이 분주하다.
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은 `쇄신 카드'를 꺼내들었고, 민주당은 `뉴민주당 플랜'의 기치를 치켜세우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모처럼 5월 휴지기 정국을 맞은 정치권은 내부 전력을 재정비한 뒤 미디어 관련법을 놓고 6월 임시국회에서 첨예한 대결을 준비하고 있으며, 10월 재보선과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 멀리는 대선까지 염두에 둔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인적쇄신론 불지핀 한나라당 = 재보선 완패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나라당의 노력은 `쇄신론'으로 수렴되고 있다.
그러나 지도부는 당직개편 수준에서 수습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총체적 쇄신 주장도 나오는 등 체감 지수는 차이가 난다.
일단 쇄신 작업의 책임자는 리더십 위기 가능성에 시달렸던 박희태 대표다. 당내 계파간 갈등 요인이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정교하지 않은 변화를 시도할 경우 초래될 혼란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런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당은 물론 청와대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박 대표의 정례회동도 이런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후문이다.
박 대표는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쇄신구상을 설명하는 한편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박 대표는 4.29 재보선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선거에 자성할 것이 많은데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서정(庶政.여러 방면에 걸친 정치적 사안) 쇄신 문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표의 `쇄신안'에는 여권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등 민감한 사안들까지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경주 재선거에서 확인된 `박근혜의 힘'을 당의 에너지로 승화해야만 향후 정국에서 여권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이 내재돼있다. 이는 당내 주류세력인 친이(친이명박)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문제와 연결돼있다.
또 당내 친박(친박근혜) 세력과의 화합 문제는 이상득 의원, 그리고 잠행 행보를 이어가는 이재오 전 의원, 울산 북구 재선거 결과와 무관치 않은 정몽준 의원의 당내 역할과도 긴밀하게 엮여 있다.
물론 박 대표측은 "너무 나간 이야기"라며 과도한 관심을 꺼리고 있다.
그리고 이른바 `인적쇄신'의 대상도 이미 사의를 표명한 안경률 사무총장과 일부 정무직 당직자들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당내 개혁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 21'이 4.29 재보선 직후 전체회원 모임을 갖고 여권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데서 보듯 당내 기류는 박 대표측이 생각하는 쇄신 폭을 뛰어넘는다.
민본21은 특히 국정기조와 운영에 대한 쇄신, 그리고 당의 화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인적 쇄신을 더욱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인식을 피력하고 있다.
선거에서 표출된 `무서운 민심'을 외면하고 꼬리자르기 식의 상황타개에 안주할 경우 여권 전체가 앞으로도 심각한 내상을 입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당의 인적 쇄신에 이어 지난해 `촛불 정국'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5월 말이나 6월께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개편작업이 어떻게 가닥을 잡든 예정된 당내 일정을 생각해보면 친이와 친박 세력간 첨예한 신경전은 5월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은 물론 당협위원장 선출문제 등 폭발성이 큰 문제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뉴민주당 플랜' 꺼내든 민주 = 민주당은 재보선 공천 갈등 등 복잡한 당내 사정으로 미뤄졌던 `뉴민주당 플랜'을 이달부터 본격 가동, 4.29 재보선 이후 정국에 대비한 전열 정비에 나선다.
재보선의 수도권 승리를 밑거름 삼아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골간을 새로 세워 명실상부한 제1야당으로 한단계 도약한다는 마스터플랜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조만간 발표할 뉴민주당 플랜의 핵심 중 하나인 당의 노선을 현재 `중도개혁주의'에서 `새로운 진보'로 변경, 선명성을 보다 분명히 했다. 또한 정강.정책 등 분야별로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며, 인재육성 등 지방선거 승리 방안과 전국정당화, 정당 현대화 구상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 등 검찰의 구여권 수사에 맞서 현 정권 비리 의혹에 대한 대여 공세를 한층 강화, 미디어법 등을 놓고 대격돌이 예고된 6월 국회의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새 원내대표 선출로 원내 지도부 진용을 다시 꾸려 6월 국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2일 "재보선에서 현 정부에 대한 심판여론을 확인,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낸 만큼 대여 이슈에 대한 탄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내홍의 후유증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탈당 후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 당선된 정동영 의원의 복당 문제를 둘러싼 당내 주류-비주류간 갈등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집안싸움'으로 대여전선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 의원이 복당신청서 제출을 연기,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복당 논란은 일시적으로 휴전 상태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지만 언제든 내분으로 번질 수 있는 폭발력을 갖고 있다. `정(丁)-정(鄭)'간 대리전으로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복당 논쟁의 향배를 가르는 1차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정동영-신 건' 무소속 연대의 동반당선 등으로 분열된 텃밭 지지층의 복원도 풀어야 할 숙제. 수도권 승리에 가려지긴 했지만 재보선에서 전주 국회의원 선거구 2곳을 포함, 호남 4곳에서 전패한 것은 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수도권 교두보 확대를 통한 전국정당화에 치중한 나머지 자칫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 지지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일부 호남권 인사들의 동요도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은 재보선 기간 `정-신' 무소속 연대를 도운 당내 일부 인사를 당 윤리위에 회부, 징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집안 단속에도 만전을 기할 태세다.
수도권 석권에 도취한 나머지 긴장감이 느슨해져선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세균 대표가 재보선 이후 "심기일전해 철저하게 6월 국회를 준비하고 당의 미래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고삐를 바짝 죈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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