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병원 영안실에는 화재 사고로 사망한 지 10년이 되도록 화장되지 않고 영안실을 지키고 있는 기구한 사연의 시신 5구가 있다.
당국의 조치에 따라 선양시내 모든 병원들이 영안실을 폐쇄했음에도 유독 이 병원만 영안실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시신들이 10년째 영안실에 머물고 있는 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1999년 8월 선양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대형 화재사고가 대형 음식점 후시판디엔(胡西飯)에서 발생, 종업원 9명이 사망하고 17명이 화상을 입었다.
이 사고는 음식점 주인이 거액의 화재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벌인 방화로 드러났고 연루자 5명이 2년 뒤 사형에 처해지면서 일단락됐다.
사고로 사망한 종업원 가운데 7구의 시신이 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뒤 2명의 시신은 가족들이 나타나 수습했지만 나머지 5구의 시신은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남은 시신의 유족들은 음식점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유일한 증거인 시신들을 화장하지 않고 이 영안실에 보존해왔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이 사형에 처해지자 유족들은 보상받을 길이 막혔고 그러는 사이 하루 50위안인 영안실 이용료는 2년만에 수천위안에 달하면서 농촌에서 곤궁하게 생활하는 유족들이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유족들은 영안실 관리인 거창(葛强)씨에게 "보상금이 나오면 다 해결해 줄테니 유일한 증거인 시신을 계속 보관해달라"고 요구했고 밀린 보관비를 받기 위해 달리 방법이 없던 거씨 역시 속절없이 영안실을 지켜야 했다.
그러는 사이 9년6개월이 훌쩍 흘렀고 영안실 보관비는 시신 1구당 100만위안(1억9천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유족들은 어디서도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없었다.
영하 5도를 유지해야 하는 냉동실을 계속 가동시키고 수리까지 하느라 거씨는 적지않은 빚까지 떠안게 됐고 보다 못한 아내는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
그럴수록 거씨는 유족들의 보상금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기에 아무도 찾지 않는 영안실을 꼬박지키며 10년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는 "시신을 지키기 위해 영안실을 떠날 수 없었다"며 "시신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아무도 없는 영안실을 지키며 느끼는 고독감이 무섭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지금도 섣달 그믐날이 되면 영안실을 찾아와 혼령을 위로하는 제사를 지내고 거씨에게 "일만 해결되면 다 물어주겠다"고 시신 관리를 부탁하고 있으며 임의로 시신을 처리하지 않기로 유족들과 이미 계약을 맺은 거씨도 별 수 없이 시신을 지키고 있지만 유족들이 보상금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어 거씨와 시신들의 기약없는 '동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이나 거씨가 하도 완강해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고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 피해자를 사법적으로 구조할 수 있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그 혜택을 보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유족들이 보상이나 배상받을 길은 없다"고 말했다.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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