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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퇴임 1년만에 검찰행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1년여만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통령 재직시 검찰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이 이제는 검찰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궁색한 처지가 돼버렸다.

노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에 처음으로 고향에 정착하는 사례를 만들겠다는 구상에 따라 작년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김해 봉하마을로 직행했다.

재임시절 낮은 지지율과 달리 귀향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대단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밖으로 나와 봉하마을을 찾아온 일반인들과 호응하면서 이곳은 일약 관광코스가 돼버렸다. 지금까지 찾아온 관광객 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살기좋은 농촌만들기' 사업과 시민민주주의 발전이라는 두 가지 화두에 천착했다.

살기좋은 농촌 만들기는 농촌의 자연생태계 복원과 친환경농업 및 농촌 소득증대를 통한 공동체 복원이 목표였다. 오랜 후원자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뜻에 공감, 70억원을 투자해 ㈜봉화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시민민주주의 발전 구상은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을 목표로 한 웹사이트 '민주주의 2.0'의 개설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을 꺼리지 않은데다 친노(親盧)라는 정치세력이 정치권 내에 엄존하고 노 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층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글은 현실정치 개입 논란을 빚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도 불편한 관계를 형성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되던 신구(新舊) 정권의 갈등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 `e-지원' 시스템 복사본을 봉하마을로 옮겨간 것을 놓고 국가기록물 불법 반출논란이 불거져 양측은 "절도죄"(청와대), "전직대통령을 흠집내려는 장난을 그만두라"(노 전 대통령측)는 격한 공방을 주고 받았고, 급기야 노 전 대통령은 이 문제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이던 2007년 12월28일 청와대 회동에서 "전임자를 잘 모시는 전통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작년 7월16일 노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같다"고 언급할 정도로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1년은 주변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로 인해 마음을 졸였던 시기이기도 했다.

친노 진영에선 참여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정권 차원의 무차별 수사가 진행된다는 불만이 속출했고, 결국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친형 건평씨가 작년 12월 구속되면서 사정정국이 본격화됐다.

노 전 대통령은 그 즈음 관광객 인사도 중단하고 칩거와 같은 생활에 들어갔지만 검찰의 칼날은 결국 노 전 대통령 본인을 정조준해서 겨냥하는 상황까지 맞았다.

궁지에 몰린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고백하면서 사과의 뜻을 표시했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수수 주체가 노 전 대통령 본인 아니냐는 의혹은 증폭되기만 했다.

더욱이 주변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은데 이어 자신의 `집사'로까지 불렸던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마저 구속되자 노 전 대통령은 "더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다. 여러분은 저를 버려야 한다"는 사실상 `정치적 파산선언'의 글을 홈페이지에 남겼다.

참여정부의 최대무기로 내세운 도덕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이 본인의 주장대로 결백한 것인지, 또다시 비리 전력을 남긴 전직 대통령의 오명을 남길 것인지 중대국면에 처해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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