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 자살과 관련한 경찰수사가 피해자 장씨의 사망과 소속사 전 대표의 신병확보 실패로 사건 관련자 9명을 입건했으나 사실상 2명의 혐의를 밝힌 것으로 종결되면서 예견된 수사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풍현 경기도 분당경찰서장은 24일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호야스포테인먼트 유모(30)씨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감독 1명은 배임수재 및 강요죄 공범, 금융인 1명은 강제추행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또 감독과 기업인, 기획사 관계자 각 1명과 금융인 2명 등 5명은 강요죄 공범 혐의로 입건한 뒤 참고인 중지했으며 체포영장이 발부된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는 강요, 협박, 폭행, 횡령 등 혐의로 기소중지했다.
이는 입건자 9명 중 고소사건 당사자 김씨와 유씨, 참고인 중지결정한 5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2명만 수사를 통해 혐의를 밝혀낸 셈이다.
이같은 수사결과는 애초부터 피해자 장씨가 사망한 태생적인 수사한계와 주요 피의자 김씨의 해외도피로 범죄혐의 입증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예상 그대로였다.
수사는 방송사가 지난달 13일 '유력인사들에게 성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한 직후 같은 달 17일 장씨 유족이 유씨 등 문건공개 관련 3명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김씨 등 문건내용 관련 4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과 강요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장씨가 법적 대응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에는 장씨가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았다' 등의 표현이 나올 뿐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인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경찰은 문건이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결정적인 진술과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피해자가 사망해 주변 인물들의 구증 확보와 관련 인물 행적 수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도 경찰은 41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수사대상자 20명과 참고인 118명 조사, 압수수색물 842점 및 통화내역 14만여건 분석, 은행계좌 및 신용카드 내역 955건 조사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40일간 수사 끝에 장씨의 자살경위, 작성문건의 유출, 문건내용의 진위 확인 등 세가지 수사줄기에서 대체적인 혐의를 추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수사결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강요죄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강요죄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하고 지배하며 조종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범죄 구성요건을 갖추게 된다"며 "따라서 기소가 극히 드물고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이를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주어 의사결정과 활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면 인정하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의 강요 혐의 증거로 골프접대 요구, 어머니 제삿날 술접대, 부당한 전속계약 등을 제시하면서 범죄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술자리나 골프접대 동석자에게 적용된 강요죄 공범 혐의는 피의자가 강요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황이 필요하다.
경찰은 강요죄 공범의 경우 참고인 진술과 통화내역, 스케줄, 사진 등을 통해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당사자들이 강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김씨 신병확보 이후로 판단을 미뤘다.
법무법인 세광 최규호 변호사는 "강요죄의 폭행과 협박은 강도나 성폭행죄에서 요구하는 정도에 비해 약하다"며 "강요죄 공범 혐의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면 검찰이 소극적으로 해석하기 보다 최종 판단을 법원에 맡기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성상납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지만 한 금융인이 2차 술자리에서 장씨에게 부적절 행위를 한 혐의를 잡고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한데다 당사자가 부인하고 있어 동석자의 최면진술과 술자리 정황만으로 기소할 수 있을지, 기소한다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유씨에게 적용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는 장씨나 장씨 유족이 아닌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이다. 그것도 경찰이 자체 수사한 것이 아니라 김씨가 고소한 사건이다.
경찰은 유족이 고소한 사자명예훼손 혐의와 자신의 홈페이지와 언론사에 문건을 공개한 부분의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했으나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사자명예훼손은 '허위사실'을 적시해야 처벌이 가능하고 문건 공개에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다 의혹 제기 당사자를 처벌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예견된 사건성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이번 수사는 성과만 놓고보면 연예계 전반의 비리의혹을 파헤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심리와는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경찰에 접수된 고소사건이기 때문에 검찰에 송치되기 전에 검사의 책임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며 "책임수사를 지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내린 결론을 보고 보완수사를 지시할 수 있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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