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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IA 고문 처리 놓고 '우왕좌왕'

미국 정치권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의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신문'과 관련해 이견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하고 있다.

먼저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 이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소위 '진실위원회' 설치 방안을 두고 분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진상을 독립적으로 조사할 위원회 구성을 촉구했지만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원내 대표는 상원 정보위원회가 조사를 완전히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며 독립조사위원회 설치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도 해리 리드 의원의 의견에 가깝다.

백악관은 23일 부시 행정부의 테러용의자에 대한 가혹한 신문 관행을 조사할 독립 기구의 창설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독립조사위원회 구상은 대통령과 보좌진이 부시 행정부의 법률 메모를 공개하기로 결정할 당시 백악관 내부에서 진지하게 검토됐었지만 정치적인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유효하지 않다고 대통령이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부시 행정부의 '가혹한 신문'에 대해 상원 정보위가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을 일단 관망하는 쪽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역시 초당적인 독립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은 전임 행정부를 정치적으로 비방하려는 목적을 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백악관의 입장은 일관된 것은 아니었다.

오바마는 의회가 더 깊이 조사를 하겠다면 신뢰성 있는 독립적인 인사들을 포함시켜 전형적인 청문회 과정과는 다르게 조사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의견이었다.

당시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도 9.11 위원회 같은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날 입장을 급선회했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신문 관행과 관련된 법률 메모를 공개한 것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 장관은 23일 미국의 한 해병대 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법률 메모 공개는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말했으나, 해외에서의 미국의 이해관계에 해가 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IA 국장을 역임한 게이츠 장관은 기자들에게 "(법률 메모) 공개가 알 카에다와 우리의 적들에게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이 제기되는 미군 주둔 지역에서의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일을 완전히 비밀로 유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라며 "메모 공개는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어 부시 행정부의 법률 승인 아래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혹한 신문'을 진행한 CIA 요원들을 기소하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23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CIA의 가혹 신문 논란과 관련, "범죄 행위가 파악되면 법의 범위 내에서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당초의 불기소 방침을 바꿔, 고문을 가능케 한 법률 메모를 작성한 부시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열어둬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미국 정가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다.

한편, 9.11 직후 미국에 구금된 한 튀니지 출신 남성은 법률 메모가 마련되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의 CIA 비밀 감옥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뉴저지주 뉴어크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라피크 알하미라는 튀니지 남성의 법률 대리인인 조쉬 덴보 변호사는 "있지도 않은 법률메모에 근거해 고문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알하미는 9.11 테러가 일어난 지 두달 뒤인 2001년 11월 CIA 요원들에 의해 이란에서 체포돼 아프가니스탄으로 압송된 뒤 비밀감옥 세 군데에서 지속적으로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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