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집중] 실직이 곧 강제추방…벼랑 끝 이주노동자

<8뉴스>

<앵커>

불황의 파도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고통스럽게 다가옵니다. 특히 실직이 곧 강제추방을 의미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당장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조제행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달 초 32살의 베트남인 노동자 응우엔 씨가 친구의 공장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해고된 뒤, 강제추방을 걱정해오다 이국 땅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입니다.

[윙두터/베트남인 친구 : 노동부를 많이 계속 왔다갔다 했지만 일이 없었어요. (숨진 응우엔이) 많이 힘들어 했어요.]

이주 노동자들의 고통은 불황이 길어지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27살의 베트남인 또안 씨도 50곳이 넘는 업체를 소개받았지만, 마땅한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또안/베트남인 노동자 :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서) 2개월 안에 일자리를 못 찾게 되면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직한 이주노동자는 두 달 안에 재취업을 하지 않으면 불법 체류자가 돼 강제추방되기 때문에 일자리 찾기는 누구보다 절박합니다.

일자리 알선 행사장이 열리면 일자리 하나에 수십 명이 몰려 구직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깁니다.

[(다니던 회사는 왜 그만뒀어요? 공장이 문 닫았어요.]

[허경주/의정부 종합고용센터 : 사업장이 폐업이 되거나 도산이 되거나 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해고 1순위가 된 것 같습니다.]

구직 실패자 가운데 상당수는 고향으로 돌아가더라도 어차피 불황 때문에 일자리가 없다며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불법체류는 그러나 최소한의 신분보장도 받을 수 없어 갖가지 인권침해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엄격한 규정이 오히려 불법 체류자만 늘린다며 자신의 잘못없이 일자리를 잃은 경우 강제출국을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