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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배짱 "100%를 원한다"

이 친구, 흥미롭다.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모양새가 인터뷰어의 심기를 툭툭 건드리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다. (박중훈쇼에 나와서 박중훈씨 한테도 그러는걸 보고 속으로 웃었다. 상당히 언짢겠다 싶어^^)
 
과연 이 친구, 한 10년쯤 뒤엔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싶어서.
 
<싸구려 커피>의 글재주와 표현력에 '어우! 약간 놀라' 블로그에 포스팅까지 했는데,
급기야는 홍대 뒷골목의 붕가붕가 레코드 사무실에서 밥상같은 테이블을 앞에 놓고 마주 앉았다.
 
- 싸구려커피는 '번쩍'하고 나온 노래인가요? 아니면 여러 번 고쳐 쓴 노래인가요?
 
= 두 시기에 걸쳐서 나온 것 같아요.  앞과 뒤의 노래 부분을 먼저 만들고... 사실 중간에는 기타 솔로 같은 것을 넣을 생각이었어요. 거기까지 만들어 놓고 몇 달이 지났어요. 그러다가 기타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일반적인 곡의 형태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들고 다른 것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해가지고...저는 랩이라고 하는 부분을 중간 부분에 만든 거죠.
 
랩도 완전히 한 번에 일필휘지로 한 것은 아니구요. 생각을 계속했죠. 며칠 걸렸어요. 세 줄 만들어 놓고 줄이다가...그 다음 부분은 뭐가 오면 좋을 까..그런 식으로 덧붙여 가면서..

역시 중요한 것은 누구나 다 하는 '일반적인' 것에 대한 탈피다. <싸구려커피>의 핵심은 장기하 주장 '랩' 부분인데, 그걸 애초 생각대로 기타 솔로로 갔으면 지금의 장기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장기하는 자취방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집도 서울 강남이고 학교도 알려졌다시피 서울대를 다녔다.
 
= 적어도 제가 그 노래를 만들때는 이것은 자취생의 노래다.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느낀 바를 걸맞는 소재를 이용해서 표현을 한 것이고...그렇다고 또 자취방이랑 아무 관련이 없느냐..그런 것은 또 아니고..그냥.누구가의 자취방에 있었던 적은 되게 많아요. 그런데서도 소재상의 아이디어를 얻고, 군 생활도 아이디어를 준 부분이 있고 그외 다양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죠.
 
그렇다. 소재는 널려있다. 다만 그걸 찾으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또 원석가공술을 갈고 닦은 사람에게만 가치있다.
 
하지만 '소재'와 '생활'은 분명 다르다. 장기하는 혹시 '강남 좌파'가 아닐까. 그건 모르겠다. 부모님한테 얹혀사는 장기하 본인이 일부러 강남에 살기를 선택한 것도 아니고.
 
= 그런 시각은 저라는 사람에 대한 시각이 아니고 어떤...학력이나 사람에 있어서   부차적인 그런 면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제 주요 관심사는 아닙니다.
 
얼마 전 한 경상도 출신 희곡 작가의 강의를 듣는데 자신의 충청도 시댁 식구들의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합리적,이성적,위선적이라고해서 낄낄 웃었다. 양상은 다르지만 장기하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데, 지상파 예능프로에 출연해서 보여주는 쿨한 태도에서 거꾸로 위악이 느껴진다.
 
그런 내용은 <싸구려 커피>보다는 정규1집 앨범 타이틀곡 '별일 없이 산다'에 잘 드러나있다.
 
니가 깜짝 놀랄만 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거다
뭐냐하면/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오늘 밤 절대로 두다리 쭉뻗고 잠들진 못할거다
그게 뭐냐면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이건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거다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거다
하지만 / 나는 사는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 100%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지 않으면 음악을 하는 의미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럴바에야 그냥 애초에 취직 준비를 하는게 더 나았을거에요. 굳이 뭐 하고싶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까지 이렇게 할 생각은 없고요
 
- 인디가 아니라고해서 꼭 하고 싶지 않은 음악을 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나요?
 
= 그렇죠, 물론 그게 개인적인 선택이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거의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가 말씀드리는것은 100% 하고 싶다는거죠 100%는 될 수 없다는거에요, 투자를 많이 받으면.
 
10년 쯤 뒤에 이 친구가 달라졌다해도 비난하진 않을거다.

판타레이! 만물은 흐르는거니까. 젊음이란 원래 기성에 저항하고 기성을 비웃는 거니까. 나도 그런 시절을 거쳤으니까. 

나도 많이 변했고, 10년 뒤에는 또 변해 있을테지만 그것봐라. 네가 어려서 아무 것도 몰라서 그랬지 세상이란게 다 그런거야. 그렇게 변하고 싶진 않다. 그건 추할 것 같다. 

 

[편집자주] 날카로운 문화적 감각과 통찰력이 묻어나는 인상깊은 칼럼으로 네티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주형 기자는 1995년 SBS에 공채로 입사해 문화부와 SBS스페셜 등 호흡이 긴 기사와 방송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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