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동해 앞바다.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유독 하얀 바위들이 눈에 띕니다.
물은 맑아 보이지만 그 많던 해조류는 보이지 않습니다.
배를 타고 조금 더 나가 봤습니다.
[진동구/경포다이브리조트 : 지금 현재 저희가 떠 있는 곳은 십리바위 서쪽이 되겠고요, 해안에서 7백 미터 정도 됩니다. 지금 현재 바닥 수심은 12미터 정도 되고요.]
바다 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바위가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였습니다.
만지면 곳곳에서 뿌옇게 가루가 일어납니다.
해조류가 있는 곳에는 수 많은 성게가 달라 붙었습니다.
바위가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백화 현상, 해조류가 녹아 없어진다고 해서 갯녹음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해양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 되기 때문에 바다의 산불, 바다 사막으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김병수/다이버 : 백화가 상당히 심한 상태고요. 미역, 다시마 이런 건 없는 상태에요. 아무래도 해조류가 많이 없다보니까 물고기도 많이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지금.]
청정해역으로 유명하던 독도 앞바다도 사정은 마찬가지.
동도, 서도 가릴 것 없이 갯녹음 현상이 독도 주변을 뒤덮었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90년대 중반부터 갯녹음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정도도 해마다 심해지고 있습니다.
[한순열/어민 : 작년부터 제일 나빠졌어요. 요새는 잡힐 것이 없지. 바다가 그렇게 오염돼 놓으니까.]
해조류의 씨가 마르고, 그에 따라 어종도 줄면서 수산 자원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동해와 제주 등 피해가 심각한 지역만 꼽아도 7천 헥타르, 여의도 면적의 23배나 됩니다.
어민들은 당장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한창 제철인 톳의 채취량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오옥녀/어민 : 이제 톳이 전혀 안 나옵니다. 예전에는 밤에 지켜야 할 정도로 톳이 많았는데 이제는 톳이 줄어들어서 며칠만 작업해도 다 됩니다.]
갯녹음 현상은 왜 생길까.
전문가들은 1차적인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열대지역에서나 자라는 하얀색의 무절 석회 조류가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손용수/동해수산연구소 증신연구과 : 무절 산호가 번식하게 되면 암반위에 꼭 육지 위에 시멘트가 피복되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고기나 어떤 전복, 소라 같은 이런 서식장이나 산란장이 전부 없어지기 때문에]
무절석회조류는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아무 쓸모가 없는 데다, 성게를 유인하는 물질을 뿜어냅니다.
이 때문에 갯녹음 현상이 발생하는 지역에는 성게가 몰려들고, 성게는 그나마 남아 있는 해조류까지 닥치는 대로 뜯어 먹어 갯녹음현상을 심화시킵니다.
오염물질 배출과 방파제 건설등 개발사업 때문에 바다 속 환경이 갑자기 변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힙니다.
[김영대/국림수산과학원 자원회복사업단 : 산업화에 따라서 길도 포장하고 산에도 시설이 많이 들어서잖아요. 토사가 바닥에 막 흘러들어요. 토사들이 포자를 번식 못 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죠.]
이웃 일본의 경우는 이미 우리보다 상황이 심각해, 거의 모든 연안에 걸쳐 갯녹음 현상이 관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안 1천5백 킬로미터, 캐나다 세인트 로렌스 1만 2천킬로미터 지역에서도 갯녹음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관계부처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예산 1백억 원을 투입해 바다숲 조성 사업에 나섰습니다.
바다 속에 인공 구조물을 넣고, 여기에 감태나 대황처럼 따뜻해진 수온에 맞는 생명력 강한 해조류를 심는 겁니다.
[차태황/농림수산식품부 자원회복과 : 그렇게 이식을 한 해조류로서 해조류 밀집 군락을 만드는 거에요. 군락을 만들면 수산 생물이 살기 적합한 그런 산락 서식장이 제공됨으로 인해.]
일부 해역에서는 해조류가 번식하면서 물고기도 조금씩 돌아오는 등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갯녹음현상 발생 범위가 워낙 넓고 확산 속도도 빨라, 원래 생태계로 회복되기까지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갯녹음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고, 성게를 잡아들이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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