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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인상 - 모두가 불행한데

이솝 우화에 나오는 얘기들은 무척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인생의 진리가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무릎을 치게 되는 우화 가운데 하나는 당나귀를 몰고가는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줄거리야 모르는 분이 없으실 테고요, 당나귀를 몰고 가는 간단한 행위 조차도 모든 이들로부터 수긍과 만족을 이끌어내기 불가능하더라는 이야기는 '정말, 그래!'라는 동감을 하게 만듭니다.

경우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만, 택시요금의 인상도 비슷한 딜레마를 보입니다. 서울시가 기본 요금-택시를 타고 최초 2킬로미터를 갈 때 책정되는 요금-을 현행 1,900원에서 2,400원으로 5백원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신 주행요금-최초 2킬로미터 주행 이후 144미터당 100원, 35초당 100원씩 올라가는 요금-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럴 경우 택시의 손님 1인당 평균 주행거리 4.9km를 기준으로 따질 경우 요금이 12.64% 인상되는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습니다. 택시요금이 마지막으로 오른 지난 2005년 이후 지금까지 물가상승률 12.7%를 고려하면 최소한의 인상폭이라고 강조합니다. 사실 택시업계는 2005년 이후 LPG 가격과 각종 부대비용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고려할 때 적어도 16.8%는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당연히 택시업계는 이번 요금 인상안에 대해 불만이 가득합니다. 5년만의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원가 상승 요인조차 다 보완해주지 않는다면 영업을 어떻게 하냐는 취지이죠. 정부가 택시 업계의 실질적인 요구는 외면한 채 요금을 올려줬다는 생색만 내려할 뿐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합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이번 인상안을 수긍하는 분위기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 거의 모든 가계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대부분 근로자의 월급이 동결되거나 줄어드는 판국에 두자리 수 요금 인상이 말이 되느냐는 반응입니다. 이제부터 택시를 타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많았습니다.

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어떨까요? 그래도 요금이 인상됐으니 벌이가 나아질 것이라고 좋아할까요? 역시 천만의 말씀입니다. 차라리 올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영업용 택시를 모는 기사들은 매일 벌어들인 차비 가운데 일정액을 사납금으로 회사에 냅니다. 그런데 요금이 인상됐으니 조만간 사납금이 오를텐데, 택시 요금이 비싸져 손님은 줄어든다면 오히려 손에 남는 돈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하소합니다. 택시 요금 인상을 놓고 행복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셈이군요.

이번 택시요금 인상은 사실 불가피한 측면이 큽니다. 오랫동안 요금을 동결해왔기 때문에 택시 업계로서는 더이상 영업이 어려울 정도의 한계에 몰렸던 상황입니다. 하지만 서민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누구는 지난 5년 동안 벌이가 나아졌냐'는 것이죠. '설사 올리더라도 10% 안쪽이지 어떻게 두자리를 한꺼번에 올리냐'는 비난입니다.  택시업계나 시민들이나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라 서울시로서는 무척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적으로 가장 간단한 해법은 택시요금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려 업계와 시민들이 알아서 적정한 수준의 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게 왜 말이 안되는 소리인지 구구절절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그런데 곰곰 생각해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제재, 즉 재화와 서비스를 매매할 때 고려되는 요인에 가격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편익, 다시 말해 그 서비스를 이용할 때 느껴지는 만족도도 못지 않게 중요한 고려 요인입니다. 즉 요금이 오르더라도 택시의 서비스가 그 이상으로 개선된다면 소비자들이 충분히 가격 인상을 감내할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습니다만, 택시를 이용하다보면 여전히 불쾌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것이 사실 아닙니까? 너무 가까운 곳이라며 승차를 거부하는 일, 시 경계를 벗어나자면 공식 할증료 외에 빈차로 돌아올 경우에 대비한 웃돈을 요구하는 일, 과격·난폭 운전에 심지어 엉뚱한 길을 돌아돌아 바가지를 물리는 일까지 말이죠. 이런 일만 완전히 근절한다해도 택시 요금 인상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한층 줄어들지 않을까요?

여기에 정부가 나서서 택시 운행 체제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지원을 한다면-예를 들어 손님과 빈 택시를 실시간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나 다양한 목적의 특화된 택시 운영 지원, 택시를 이용하면 자동적으로 택시 번호가 이용자의 휴대폰에 입력되는 등 보안 강화 등등- 택시 요금을 둘러싼 모두의 불행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울시와 택시 업계, 이용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멋진 아이디어를 내놓는다면 택시 요금 인상을 놓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우상욱 기자는 1995년 SBS 공채로 입사해 사회, 정치,경제부를 두루 거치며 지금은 사회1부에서 서울시청 출입기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시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차분하고 성실한 취재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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