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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졸업 안할랍니다" - 팬택 계열

꿈의 '스카이폰'…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살다보면 조용히 잊혀져 가는게 많습니다. 최근에야 휴대전화 하면 삼성전자의 애니콜이다 LG전자의 싸이언이다, 아니면 외국 브랜드들이 떠오르지만 얼마전까지는 팬택계열의 '스카이'가 꽤 강자였죠.

제가 특히 스카이 휴대전화를 좋아해서였는지, 문자입력이나 전화부 검색방법이 꽤 편했었지...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사실 휴대전화 가판대에서나 TV광고에서의 노출빈도가 낮아서 그렇지 지금까지 스카이 휴대폰은 꾸준히 출시됐습니다. 최근엔 '후' 하고 입으로 불면 바람의 강약을 감지해 작동한다는 일명 '후~ 폰'까지 등장했습니다.

스카이를 제조해 온 팬택 계열...잘 나가다가 무리한 사업확장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2006년 11월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고, 2007년 4월 결국 워크아웃 기업으로 분류됐습니다. 2011년까지 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 회사의 CEO는 박병엽 부회장입니다. 그렇다고 '회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부회장'이 최고 대빵입니다. 워크아웃기업이 되면서 사재를 다 털어 넣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주말이 없다고 합니다. 부회장이고 직원이고 무언가 열심히 합니다.

그래서 2007년 하반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렵다던 2008년 한해 동안도 2조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휴대전화 1,000만대를 팔아 치운 겁니다. 영업이익만 2천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그보다 나을 것으로 전망하더군요.

수출 65%, 내수 35% 의 영업 구조를 가진 이 회사에겐 금융 위기로 인한 원달러 고환율이 오히려 '기회'라고 합니다. 워크아웃 들어갈 때 4,500명이던 직원을 2,300명 해고해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인력이 부족해 지난해에만 120명을 신규 채용했습니다.

마음 고생 심한만큼 '워크아웃'에서 빨리 졸업하고 싶을텐데... 하지만 정작 팬택 계열은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이 회사 핵심 관계자를 만나 봤습니다.

@ 허리띠 졸라맨지 만 2년이 돼 가는데, 워크아웃 조기졸업 가능하지 않나요?

- 물론 부회장 이하 전 직원이 한마음으로 위기와 싸워 왔습니다. 연속 흑자를 내다보니 워크아웃 조기졸업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2011년까지 차분하게 대응할 겁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빨리 '졸업'할 필요 없습니다. 이 때 체질을 확실히 개선하고 조금이라도 더 튼튼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스카이'란 브랜드가 잊혀져 갑니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안 하는 건가요?

- 지금 내수 시장을 보면 제조사가 저마다 주장하는 시장점유율이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50%라고 주장하고, LG전자는 30%라고 주장합니다. 스카이는 18% 정도 합니다. 이러면 100% 가까이 됩니다. 하지만 모토롤라나 다른 외국 브랜드들도 다 합치면 10%는 됩니다. 결국 합이 100%를 훌쩍 뛰어넘죠.

서로가 시장점유율 높다고 주장하고, 떨어진다는 말 나오면 '실탄'을 준비 합니다. 보조금이나 판매 장려금을 주는 거죠.

저희도 얼마전에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한때 시장점유가 20% 가까이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케팅 담당 전무가 부르더군요. 너무 열심히 마케팅 해서 시장점유율 조금 올려놓은 뒤 삼성이나 LG가 쌓아둔 실탄으로 시장 공략하면 더 어려워진다며 설득했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하라고...생각해보니 그 전무님 말씀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체질 개선을 하고 실력을 다시 쌓아야 할 때라는 거죠.

@ 그렇다고 신제품 개발을 안 합니까?

- 아닙니다. 매년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후~폰'을 출시했는데 젊은이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저처럼 나이 든 사람들은 뭐 저런걸...하고 무시하기 쉽지만 의외로 젊은이들은 감각적인 것, 뭔가 특이한 것,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을 좋아하고 선택하더군요.

바람 불면 기능하는 휴대전화...이 아이디어로 회사내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정말 젊은 직원들은 상당히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 부회장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전혀 간여하지 않습니다.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그대로 따라서 하는게 '조직'의 생리인걸 잘 알고 있죠. 박 부회장은 그냥 듣기만 하고 선택만 하는 겁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슬림'과 '트랜드'는 그동안 스카이 휴대폰의 특징이었고, 신제품에도 이런 기본은 이어갑니다. 아이디어는 무조건 수용하고 검토합니다.

@ 스카이 휴대전화의 고민이라면?

- 우리 스카이 제품은 20대가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대학 졸업하고 회사 취직하면 이상하게 다 삼성 '애니콜'로 바뀐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 LG 전자의 싸이언에 대해선 어떻게?

- 사실 LG 전자 휴대전화가 최근에 상당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남용 부회장이 엄청 '센스' 가 있고 감각이 있으신 분입니다. 예전엔 휴대전화 업계에 'LG스럽다'란 말이 있었습니다. 뭔가 투박하고 촌스럽고, 그냥 단단해서 벽돌같다.. 그런 느낌이었죠. 그런데 최근 싸이언은 상당히 감각적이고 세련됩니다.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입니다.

@ 노키아가 30만원대 스마트폰으로 한국 공략한다는데?

- 노키아는 '삼성 애니콜'을 직접적인 타겟으로 삼진 않을 겁니다. 아마도 삼성제품보다 약간 값이 싼 LG 휴대전화를 공격하겠죠. 하지만 아직 국산 제품들이 노키아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만큼 기술력도 있고 디자인도 뛰어나고 우리 국민들이 익숙해져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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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의 스카이는 세계 단말기 제조순위로 보면 7위에서 8위 정도 합니다. 국내 위상과 세계 위상은 조금 다르죠.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상당히 인정받습니다. 미국 최대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에 납품할 수 있는 세계 6대 메이커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 모토롤라, 스카이가 정식 납품합니다. 물론 물량은 좀 적습니다.

스카이는 2005년 7월 어렵게 어렵게 미국 시장을 뚫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 워크아웃 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까지 겪었습니다. 그런데 AT&T 등 미국 통신업체에선 일종의 '유예 기간'을 주더라는군요. 자기들의 그 까다롭다는 심사를 통과한 제품인데 '팬택을 믿는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거죠. 팬택 측은 그게 지금의 재기 발판이 된 거라며 미국 회사들에 대해 상당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신뢰'입니다. 겉으로 조용해 보이는 물 위의 백조도 수면 아래에선 열심히 발길질을 합니다. 팬택이 그렇습니다. 겉으로는 적극적인 마케팅도 하지 않고 언론 노출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네들 회사 내부에선 주말도 잊고 밤 새우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의 '스카이'가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한번 믿고 기다려 볼만 하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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