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제품 작업장이나 건축물 철거 현장, 석면폐광 등에서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석면이 화장품과 베이비파우더 등 생필품에서도 검출되면서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석면은 폐로 흡입될 때만 질환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생활 주변에서도 공기 중에 흩날릴 수 있지만 위해성이 확인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잠복기 최장 40년 = 뛰어난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 내약품성, 내부식성 등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흔히 사용됐던 석면은 폐에 흡입된 뒤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을 드러내는 탓에 위험성은 최근에야 인지됐다.
석면 노출에 따른 질환은 흉막질환과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으로 구분된다. 흉막질환은 흉막삼출액, 흉박비후, 흉막반으로 나뉘며 잠복기는 10∼20년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기적으로 관찰이 필요하다.
석면폐증은 진폐증처럼 석면에 의해 폐가 섬유처럼 되는 질병으로 호흡곤란, 기침, 체중감소, 가슴통증 등이 나타나며 잠복기는 10∼30년이다. 또 악성중피종은 흉막이나 복막에 생기는 암으로 잠복기는 10년부터 길게는 40년까지 이른다.
석면은 먹거나 만지더라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중금속이 아니어서 식물에 흡수되거나 쌓이지 않으며 땅에 미량으로 섞여 있는 석면이 농산물에 주는 영향도 없고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전염병 바이러스도 아니라서 축산물을 먹어서 석면질환에 걸릴 일도 없다.
가늘고 긴 입자여서 토양층에 걸러지고 지하수까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하수와 하천으로 스며들어 인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도 희박하고 현재까지는 석면이 소화기에 질환을 일으켰다는 보고도 없다.
◇폐해는 '진행형' =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석면 피해는 석면을 제품의 원료로 다루는 공장에서 조금씩 불거진 것이 현재로서는 전부다.
하지만 생활환경에서 석면에 노출돼 질환을 앓게 됐다는 정황이 개인적인 잠복기 종료와 함께 속속 나타남에 따라 폐해의 규모는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석면으로 인한 직업병의 인정자수는 모두 65명으로 질병별로는 폐암이 39명, 악성중피종이 18명, 석면폐 등이 8명이다.
이들 가운데 74%에 해당하는 48명은 석면 질환으로 사망했다.
생활환경에서 석면에 노출돼 질환을 앓게된 것으로 정부의 최종 확인이 이뤄진 경우는 없다. 하지만 석면폐광 주변의 주민들에게서 의심되는 질환이 최근 발견됨에 따라 공식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부가 작년에 충남 홍성군 광천읍과 은하면, 보령시 오천면과 청소면 등 5개 마을 215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흉부 X-레이를 촬영한 결과 절반이 넘는 110명에게서 폐의 이상이 발견됐다.
특히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주민 33명에 대해 1차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한 결과 7∼22명에게서 석면폐나 흉막반, 폐섬유화가 나타났다.
이는 석면 광산 근처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폐질환을 앓게 됐다는 잠정 결론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 전국의 석면 광산 주변의 전반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있어 조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그간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의 해체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철거지역 등의 주민들에게서도 같은 악영향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대책 결과론적 '뒷북' = 정부는 석면의 폐해가 국내외에서 조금씩 부각되기 시작하자 지난 2000년부터 석면 원료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2002년에는 석면의 노출기준을 1㎤당 2개에서 0.1개로 20배 강화했고 2003년에는 석면 중에 유해성이 강한 일부 석면의 제조와 수입, 사용을 금지했다. 또 같은 해에 석면이 함유된 설비 또는 건축물을 해체·제거하고자 하는 때는 사전에 관할 노동청에서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석면을 함유한 제품의 사용이나 수입을 단계적으로 금지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07년이며 모든 석면 제품을 금지 목록에 올린 것은 지난 1월부터였다.
특히 석면을 흡입할 위험이 가장 큰 건축물 철거·해체 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발효되는 오는 8월이 돼야 시행될 예정이다.
작업장을 떠나 생활환경에서 불거지는 석면 노출 예방과 규제의 법적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도 환경보건법이 시행된 지난달 말부터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환경부는 석면 폐질환이 특정 지역이나 인구 집단에서 빈발하면 환경성 질환으로 간주하고 즉각적인 실태·역학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 해당 지역이나 집단의 석면질환의 치유와 예방책을 마련하게 되고 원인 유발자가 사업활동으로 석면을 퍼뜨렸다면 피해를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산업화가 앞서 진행됐던 유럽에서 석면 규제도 빨라 아이슬란드가 1983년에 처음으로 석면의 사용과 제조,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영국은 1999년에 같은 조치를 취했다.
반면 일본은 2006년에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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