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전기요금 고지서 받아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물 쓰듯 쓴다'라는 말이 들어맞는 것은, 쓸 때는 많이 쓴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얼마 쓰는지 요금으로 환산해 그때 그때 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보죠.
1) 텔레비젼을 30분 보고 껐는데, 꺼진 화면에 '300원 사용'이라는 문구가 찍힌다.
2) 게임을 하려고 컴퓨터를 켜니, '3시간 게임시 1000원'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3) 형광등 옆에 요금미터기가 택시 미터기 마냥 실시간으로 돌아간다
4) 집안의 단말기에서 '이런 추세면 이번달 전기요금은 지난달보다 20% 증가'라는 경고음이 나온다.
이렇게 된다면 결코 전기를 '물쓰듯' 쓰지 못하겠죠.
바로 이런 신 기술이 <스마트 그리드>, 즉 지능형 전력망이라는 차세대 신기술입니다.
이 지능형 전력망의 걸음마 단계인 '지능형 계량기'를 시범 사용하고 있는 한 가정을 찾았습니다.
충북 충주시에 사는 주부 박미경 씨네 집은, 집밖에 설치된 지능형 계량기가 집안의 단말기에 전력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줍니다.
Kwh 단위는 물론이고 친절하게 원 단위로 지금까지 사용한 전기요금이 찍혀 나옵니다.
몇 시에 얼마어치를 사용했다는 정보까지 나옵니다.
[박미경/주부 : 호주머니에서 돈이 줄줄 나가는 것 같아서 자꾸 신경이 쓰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10% 정도가 절약된 것 같아서...]
지능형 전력망은 전력 수요자와 공급자를 잇는 전력망에 인공지능 정보망을 더한 차세대 응용기술입니다.
박미경 씨에게 제공되는 사용 정보가, 동시에 전력 공급자인 한전에게도 공급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전력 수요가 있든 없든, 일단 송전소에서 일정량의 전력을 흘려보내는 방식이지만, 이런 식으로 수요과 공급이 실시간으로 파악되면, 전력 공급자는 필요한 만큼의 전기만 생산해 공급할 수 있고, 전력 수요자 역시 필요한 양만큼만 소비해 쓸 수 있게 됩니다.
자연히 양쪽에서 낭비되는 전력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실시간으로 수급이 조절되다 보니, 태양광과 풍력 등, 발전량이 불규칙적이어서 기존 전력망에 이어 사용할 수 없었던 '녹색 에너지'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매년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전력 공급,수요자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시장원리에 따른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데다, 저탄소 차세대 에너지원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문승일/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 지금 필요없는 발전설비를 더 이상 갖추지 않아도 되고요. 지금 있는 설비의 이용 효율을 최대화시킵니다. 그래서 CO2를 줄이는 효과가 막대할 겁니다.]
선진국들은 지능형 전력망을 차세대 저탄소 에너지망 구축이라는 목적에서뿐만 아니라, 최근 경제 위기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내놓은 경기부양책에서 지능형 전력망에 110억 달러는 투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불황기에 오히려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죠.
그만큼, 엄청난 효과가 기대된다는 뜻입니다. 일단 기존의 계량기는 모두 지능형 전력망으로 바꿔야 하니 생산업체가 누리는 이익과 그에 따른 고용창출이 따를 것이고요.
거기에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망을 잇는 사업, 발전소, 전력소 개조작업 등이 뒤 따라야 하니, 그 경제적 효과는 감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멀지 않은 2010년만 보더라도, 미국의 지능형 전력망 시장은 계량기 교체만 따져서 13억8천만 달러, 유럽은 15억9천4백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도, 오는 2011년까지 시범도시를 선정하고, 오는 2030년까지는 국내 전지역에 지능형 전력망을 확대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부는 정보망 기술에 한해서는 세계 최고를 자부하는 만큼,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기반을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술을 축적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알고 나니 절약되는' 저탄소 신기술 혁명으로,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에너지 절약 기술 수출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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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김형주 기자는 현재 경제부에서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2004년 공채로 입사한 김기자는 이전에는 사회2부 사건팀에서 활약했습니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그는 취재현장에서 만난 인간 군상들과 사회 부조리 등 보고 느낀 많은 것들을 담은 개인 블로그도 운영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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