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영화이야기] 본격 탐정추리극 '그림자살인'

남상석의 영화이야기
그림자살인(감독: 박대민, 주연: 황정민, 류덕환, 엄지원, 15세 이상 관람가)

 가물에 콩나듯 한국영화 씨가 말랐다가 이번 주부터 기대작들이 차례로 개봉됩니다.

[그림자살인]이 1번 타자인데 예매율 1위에 이어 2일 개봉 첫날 전국 8만 6천명을 모아 올해 한국 개봉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군요.

일단 출발이 좋습니다.

      


사설탐정인 진호(황정민)는 실종된 사람이나 바람피우는 배우자를 추적해주는 일로 돈을 벌어 미국으로 가는 상선에 타려합니다. 의학도인 광수(류덕환)는 해부학 공부를 위해 야산을 돌아다니다가 버려진 시체를 주워옵니다. 하지만 칼에 찔려죽은 시체는 일제 강점기 친일파인 내무대신의 아들로 경찰은 거액의 현상금을 내거는데 무능한 순사부장 영달(오달수)은 사건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합니다.

영락없이 살인범의 누명을 쓰게 된 광수는 진호를 찾아가 사건을 의뢰하는데 진호에게는 은밀히 연락하는 진취적인 여자 과학자이자 양가집 규수인 순덕(엄지원)이 각종 첨단장비를 제공해 줍니다.

본격적인 ‘탐정 추리극’을 표방한 영화의 설정과 플롯의 출발점은 좋습니다. 각 인물들의 배치도 좋고요.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줄어든 예산의 한계 속에서 오픈세트까지 지어 재현한 일제 강점기 거리풍경과 각종 소품들도 정성을 들인 티가 화면에 배어나 때깔이 좋습니다.

하지만 탐정추리극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100% 충실했느냐 했을 때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궁에 빠진 사건에서 정보와 단서를 하나씩 찾아내 머리를 굴려 추리하고 가능성을 좁혀나가다가 결국 범인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치밀하지 못한 허점들이 발견되거든요.

하지만 빠른 속도감과 중간 중간 적절하게 배치된 액션 장면과 곡예단의 스펙터클, 오달수의 코믹 연기 등이 어우러져 막상 영화를 볼 때는 잘 발견하지 못합니다.

보고나서 되씹으면 발견되니까 이런 허점들이 관람에 결정적인 방해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허점들은 이런 거죠. 광수가 공부를 위해 하는 시체 수집의 타당성. 주워온 시체가 발각되면 어쩌려고 은밀한 개인 장소가 아닌 학교 지하실에 보관한다는 점. 시체 보존 처리 기술도 제대로 없던 시절에 광수의 사무실로 옮겨진 시체는 몇날 며칠 동안 방치되죠.

단서들의 비밀도 너무 금방 쉽게 풀려버리는 편이어서 지적 유희를 즐길 틈을 별로 주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워낙 기본이 있는지라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에 몇 가지 아쉬움이 느껴지더군요. 진호의 과거사를 좀 더 풀어냈더라면 후반부에서 진호의 정의로운 행동에 더 많이 감정이입이 되며 감동이 커졌을 텐데 하는 점과 코믹한 영달에게 음험한 측면까지 부여한 것은 조금 과해 보이구요. 일제 강점기 여성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순덕의 역할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일 정도로 설정의 출발점은 신선하지만 그 이상을 뽑아내지는 못해 아쉽습니다.

기본 뼈대를 뺀 나머지 부분에서 감독의 연출 역량은 돋보입니다. 조명과 촬영도 좋고요. 특히 장면 전환의 타이밍과 기법에서 몇몇 부분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더군요. 삿갓을 쓴 의문의 인물을 추격하는 초반 액션장면이나 아편굴의 액션 장면도 잘 짜여 보는 쾌감을 선사합니다.

몇 가지 아쉬움이 있지만 무거워지는 듯 하다가 가볍게 툭툭 털고 일어나는 엔딩장면의 상쾌함 등 암울한 일제 강점기라는 공기 아래 재미있고 가벼운 분위기의 오락물로서 즐기기에는 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오늘의 숏뉴스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