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과정은 주도면밀하게 진행됐으며, 사건 이후 조직 보호 차원에서 일부 간부들의 은폐행위가 있었다는 내부 진상보고서가 공개됐다.
민주노총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성폭력 사태 진상보고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는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검찰이 2일 성폭력 가해자인 민노총 전 간부 김모(45)씨를 구속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함에 따른 것이다.
민노총은 앞서 지난달 19-20일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는 노조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진상보고서 공개를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뒤로 미뤘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6일과 9일 이석행 전 위원장 검거 관련 대책회의에서 민노총 및 전교조 간부들은 성폭력 피해자인 A씨에게 '조직강화위원장인 김씨와의 오랜 친분관계에 의해 부탁을 받고 숨겨주었다'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이러한 허위 사실의 구성은 수사 확대 및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례적인 과정"임을 인정하면서도 "허위 진술에 대한 피해자의 견해는 참조되거나 토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피해자는 주체로서의 동등한 논의 지위를 가지기보다는 이미 짜인 내용을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위치로 대상화됐으며 이는 당시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정치적 위계관계를 고려할 때 일방적 '허위 진술 강요'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자가 대책회의의 논의에 반대 의사를 갖고 다른 지원단체를 통해 검찰 수사에 대응하려 하자 일부 노조 간부들이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분리시키고 독자적인 대응을 저지하기 위해 회유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김씨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김씨는 당시 만취상태여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집에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집안까지 쫓아가 성폭력을 가했고 그 과정도 매우 주도면밀했다"며 김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주위로부터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지적받았음에도 진지하게 사과하기보다 피해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가벼운 언행을 하는 등 파렴치한 태도로 일관했고 사건의 공론화 이후에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며 김씨에 대한 중징계를 정당화했다.
보고서는 성폭력 사건의 조직적 은폐 여부에 대해 "일부 노조 간부들이 당시의 다급한 상황을 인지하고도 초기대응은 물론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건의 해결을 막고 조직적 은폐를 조장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성폭력 사건 한 달 뒤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성폭력 사건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데만 집중, 사건이 발생한 맥락과 조건을 고려한 정확한 사태 해석과 이에 따른 조직의 과제를 내놓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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