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 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 달러의 실체를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문제의 500만 달러가 '박연차 비리' 의혹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본격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돈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노 전 대통령 측근 인사들까지 나서서 500만 달러의 성격 등을 놓고 벌이는 장외 공방도 점입가경이다.
◇ 500만 달러 준 계기는 = 의혹의 핵심이자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부분은 500만 달러가 과연 노 전 대통령의 몫이었는지 여부이고, 그 부분을 따지려면 박 회장이 돈을 건넨 계기를 살펴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2007년 하반기 서울 모 호텔에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상문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함께 '3자 회동'을 한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 측에 50억원 투자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노 전 대통령 측이 '검은 돈은 안받겠다'고 거부하자 연 씨를 통해 간접적으로 건네준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검은 돈'이라며 거절했다던 노 전 대통령 측이 조카사위를 통해서 이를 받았다는 사실이 얼핏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연씨는 스스로 독립해 창업 투자사를 설립하려 투자금 명목으로 직접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과 같은 베테랑 사업가가 미래가 불투명하고 경험도 일천한 30대 사업가에게 거액을 투자했다는 사실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 500만 달러의 성격.용도는 = 박 회장의 대리인을 자처하고 나선 박찬종 변호사는 구치소에 있는 박 회장을 접견한 뒤 500만 달러가 봉하마을 화포천 개발용이라고 주장했다.
화포천은 봉하마을 인근 하천으로 노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생태 하천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곳이다.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 몫이란 반증이라는 것이다.
김해시는 이에 대해 "화포천 정비 사업은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으로, 개인이 참여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음으로써 박 변호사 전언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연 씨 측은 이에 대해 "홍콩 계좌를 통해 받은 뒤 외국에 2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절반 정도가 남아있다"며 500만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노 전 대통령에게까지 연결되는 것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투자했는지 등의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정상문은 왜 등장하나 = 연 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박 회장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투자를 하도록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구태여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돈이고, 연 씨가 연결고리나 자금관리인 수준에 불과했다면 먼저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연 씨에 대한 투자금이 맞다는 반증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 장인 노건평씨를 통하지 않고 정 전 비서관을 통했다는 연 씨의 해명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3자 회동'에 참석한 정 전 비서관이 돈의 성격을 알고 500만 달러를 중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성립하려면 연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니라 정 전 비서관이 연씨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잘 보관하라'할 것을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 순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이들간 통화 내역 조사도 수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차용증ㆍ계약서 왜 없나 = 차용증이나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 역시 의혹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연 씨 측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박 회장에게 서너 차례 투자 설명회를 한 뒤 구두로 5년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1일 "이 거래는 수익이 나면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의 정상 투자였고, 그 내용은 정기적으로 태광실업에 보고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박 회장이 아무리 '큰 손'이라고 할 지라도 계약서를 쓰지 않은 채 500만 달러를 빌려주고 상환 계획을 명시하지 않은 채 5년 투자를 약속했다는 사실은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다.
연 씨가 노건평 씨의 사위라는 점 때문에 박 회장이 거액을 내놓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제3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모종의 거래를 한 뒤 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연 씨가 정기적으로 박 회장이나 태광실업 측에 투자 상황 등을 보고했다는 자료가 남아 있는지가 연 씨 측 주장을 뒷받침할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노무현 언제 알았나 = 노 전 대통령이 언제 알았는지는 형사처벌의 기준이 될 수 있다.
2007년 12월에 부탁했고 국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버진아일랜드에 다음 해 1월 타나도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를 설립해 2008년 2월 중하순께 돈을 넘겨받았다는 게 연 씨 측 설명이다.
일사천리로 '투자'가 진행됐을 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이라는 시기가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만약 재임 기간 이 돈의 정체를 알았다면 '포괄적 뇌물죄'까지 적용할 수 있지만, 퇴임 이후 알았다면 직무상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최근 500만 달러의 존재를 보고 받고 노 전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봉하(노 전 대통령) 쪽에서 답변할 성질이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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