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금품 로비 의혹에 대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의 수사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27일 박 회장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현역 국회의원으로는 민주당 이광재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박 의원은 `박연차 리스트'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인물로 여권 내 중진 인사다.
그는 `정치 1번지' 종로에서 3선을 연임한 의원으로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고 잠재적인 한나라당 차세대 주자로까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박 의원의 소환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의외의 인물'이 수사 선상에 오를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박 의원까지 수사 대상이 될 것이란 예측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수사는 그야말로 `파격의 연속'이었다.
박 회장이 여·야 정치인이나 검찰, 법원, 경찰, 국세청, 청와대 등 각 기관에 무차별 금품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됐던 일이지만 예상 외의 인물이 줄줄이 소환되고 형사처벌돼 그만큼 그의 인맥이 폭넓게 구축돼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이 처음 구속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이나 송은복 전 김해시장의 경우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전도사'로 알려진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구속한 부분도 법조계 안팎의 전망을 보기 좋게 깬 경우였다.
검찰은 또 지난 6년간 각종 사건의 수사 선상에 오르고서도 검찰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이광재 민주당 의원을 끝내 구속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박연차 리스트가 일파만파 퍼지고 확대 재생산됐지만 검찰은 또다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박 의원 소환이라는 `깜짝 놀랄 만한' 카드를 꺼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리스트 명단을 보고) 곶감 빼듯 하나하나 빼먹는 게 아니다. 박연차 리스트는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검찰은 이번 주말 1차 소환통보에 불응한 서갑원 민주당 의원과 또 다른 현역 의원을 소환하는 등 4월 임시국회가 시작하기 전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일 예정이다.
또 4월 첫째 주에는 현실적으로 국회의원을 부르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미 구속한 인사들을 재판에 넘겨야 하는 시점도 다가오는 만큼 `숨 고르기'를 하며 기소 준비를 하는 등 1단계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대검 중수부가 새로운 진용을 꾸린 이후 2개월 동안 강행군을 하며 담당 검사들이 많이 지쳐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을 조사하기보다는 공소유지를 위한 보강 수사를 하며 원기충전의 시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4월 둘째 주부터는 2단계 수사에 본격 돌입해 현역 의원을 접촉하며 그들이 소환에 응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검찰·경찰 및 법원, 청와대의 전·현직 간부, 전직 정치인,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등 언론에 의해 의혹이 제기된 인사들까지 꼼꼼하게 확인 작업을 할 예정이어서 수사는 5월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이 홍콩 현지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배당받은 수익금 685억원 중 일부가 국내외 계좌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작년 12월 홍콩에 사법 공조를 요청해 지난주 처음으로 계좌 내역 일부를 받았으며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따라서 홍콩에서 모든 자료를 넘겨받아 자금의 흐름을 쫓고 사용처를 추적하다 보면 수사 대상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수사 기간도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박 회장이 APC를 통해 조성한 자금 중 50억원이 미국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인이 관리한 계좌로 송금됐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태여서 이번 수사의 종착점이 노 전 대통령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일정한 그림을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건넨 자금의 흐름을 따라가는 수사인 만큼 어느 선까지 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박 회장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검찰 수사를 상당 기간 초조하게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끝을 알 수 없다' 박연차 비리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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