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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봄'은 오는가?

'봄바람'?...아닙니다.

지난 주말 안산에서 건실한 중견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과 만났습니다. 갑자기 제게 묻더군요. "홍 기자는 경기가 언제쯤 살아날 것 같아요?"

머뭇거리니까...사장님이 먼저 "난 5월 안에 수출 경기가 좋아질 것 같아요. 적어도 우리 업종에선...우리가 제일 먼저 느껴요."이렇게 말하더군요.

사장님이 운영하는 기업은 주로 반도체를 얹는 기판, PCB(printed circuit board:인쇄회로기판)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를 얹는 쟁반 같은 거죠.

이 회사에서 생산한 기판은 주로 삼성전기나 삼성전자, LG전자로 납품이 되고 그럼 이 위에다 반도체 등을 얹어서 외국회사, 주로 인텔이나 시스코로 납품이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업체에 3월들어 주문이 30~40% 정도 늘었다는 겁니다. 사장님 말로는, 결국 중간 제조 납품업체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생산량도 늘거고,  최종 주문자인 인텔이나 시스코에서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일테니 적어도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거란 거죠.

마침 최근 경제지에선 '낸드 플래시, 봄 몰고 온다' 식의 희망적인 기사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게도 솔깃한 얘기가 아닐 수 없었죠.

낸드플래시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 등 고용량 휴대전화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실제 낸드플래시 국제 가격은 7개월만에 3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6월 5달러였지만 8월말 3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2월달에도 2.5달러선이었는데, 3월들어 3.15달러선을 회복한거죠.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에서 낸드플레시와 경쟁하는 노어플래시 1위업체인 미국 스펜션이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내면서 수요가 낸드플래시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각각 43%, 19%로 1위와 3위인데 정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죠.

시장에선 디지털가전과 모바일 제품 수요가 괜찮은 편이라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고, 현재 가격만 유지돼도 국내 업체, 특히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주말 내내 생각하다 월요일 노트북을 켜자마자 삼성전자 관계자와 만났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담당자는 제가 이런 '청사진'을 제시하는데 정말 간곡히 말리더군요. "너무 이른 기사입니다." 라구요.

이유인 즉, 실제 반도체 생산량이 늘기는 커녕 점점 감산하고 있는게 추세라는 겁니다. 낸드 플래시의 경우에도 세계 2위업체인 도시바가 지난해부터 30% 정도 감산하면서 재고물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값이 약간 오르긴 했지만 이게 '추세적인 반등'이라고 보는 시장 관계자는 없다는 거죠.

3분기나 4분기가 되면 전체적인 추세를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 전에 4월 둘째주 정도에 1분기 실적이 나오는데 예상대로 수천억 원 적자는 피할 수 없을 거라 말하며, 적어도 지금 현재로선 '호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최근 신학기를 맞아 낸드 플래시를 쓰는 휴대전화나 MP-3,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반짝 늘기 때문에 생산량이 잠깐 늘어날 수 있지만 이게 반도체 시장의 회복을 예고하는 '봄바람'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게다가 메모리 반도체는 우리 나라가 세계 1등을 하고 있는데 세계 애널리스트들이 반도체 시장을 분석하는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 바로 우리 '언론'들의 기사라는 겁니다.

실제 분위기나 흐름과 다른 내용이 주요 언론에서 '뻥뻥' 터지면 세계의 애널리스트들이 잘못된 내용에 주목하고 엉터리 보고서가 나올 수 있고, 또 이를 역이용해서 한국 반도체 업계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거죠.

- 절대 봄바람이 부는게 아닙니다. 겨울에도 잠깐 훈풍이 불 수 있지만 그랬다고 개구리가 동면을 일찍 깨고 나오면 얼어죽을 수 있죠. 설령 봄이 왔다고 해도 꽃샘추위가 언제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세계 시장에선 치고 나갈 땐 치고 나가더라도 움츠릴 땐 움츠릴 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언제쯤 '정말' 봄이 올까요.

 

[편집자주] 경제부 산업팀에서 활약 중인 홍순준 기자는 삼성.LG등 전자업계와 공정위, 소비자원을 출입하고 있는 고참 기자입니다.  1995년 입사 후에는 사회부, 정치부 기자로 잔뼈가 굵었고 사건팀의 리더인 '시경 캡'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돌파력과 폭넓은 취재로 보내오는 기업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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