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조금 더웁다싶더니, 반짝 꽃샘추위로 얼떨떨합니다. 가는 겨울의 마지막 심술이랄까요! 하지만 며칠만 참으면 정말로 꽃피는 봄이다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지금의 꽃샘추위가 반갑기까지 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엔 지난주부터 목련이 피고, 노란 개나리꽃도 피기 시작했습니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목련과 개나리꽃처럼, 우리네 사람들의 마음도 봄을 맞아 새롭게 일깨워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번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만, 오늘도 정 전 장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은 특히 3월 24일로 예정된 정동영 전 장관과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을 앞두고, 회동에서 오갈 두 사람 사이의 대화를 가상으로 엮어볼까 합니다.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했던 정동영 전 장관이 22일 귀국하면서, 민주당 공천갈등도 중대한 고비를 맞게됐습니다. 특히 24일 저녁으로 예정된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회동은 공천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전주 덕진'지역을 공천하지 않으면 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라도 불사하겠다는 정동영 전 장관!
이번 재보선 출마를 포기하고 다음을 노리든지, 아니면 수도권인 인천 부평을로 나가면 어떻겠냐는 정세균 대표!
언뜻 보기엔, 이른바 '치킨게임'처럼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보이지만, 두사람 모두 공멸보다는 공존을, 차선을 위한 해법을 찾으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전 장관이 전주 덕진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공천을 못받고 무소속으로 나간다고 보십니까?
두 사람이 24일 저녁 회동을 갖고, 공천문제를 담판지을 예정입니다만, 한번의 회동으로 모든 것을 결론내리지 못할 것입니다. 이후로도 한,두차례 더 회동을 갖고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첫 회동인 24일에는 서로의 입장 정도만 타진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아래는 제 정치력 상상력을 가미한 24일 저녁 정세균-정동영 회동의 가상 대화입니다. 정세균 대표는 '정대표'로, 정동영 전 장관은 DY로 표시했습니다.
------<가상 대화>-------
(두사람 악수한 뒤)
정대표 : 오랫만입니다. 미국에서 좀 쉬시더니 얼굴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DY : 정선배도 당 꾸려가시느라 힘든 일이 많으실텐데, 얼굴은 좋아보이십니다. (**정세균 대표는 1950년생, 정동영 전 장관은 1953년생)
정대표 : 그렇지도 않아요. 요즘에 하도 여당하고 싸우느라 얼굴이 많이 굳어진 것 같아요. 주변에서도 예전처럼 편한 얼굴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DY : 저도 그렇습니다. 고국을 떠나 외국 생활을 한다는게 마음 편할리가 있겠습니까?
정대표 : 그렇겠군요. 그런데 정장관, 이번에 꼭 이런 식으로 출마선언을 하고 귀국해야했습니까? 저를 포함한 당 지도부와도 충분한 상의도 안하시고, 최고위원들 가운데서도 지도부를 무시했다며,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DY : 그런가요. 불쾌하게 생각하신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만, 그 이전에 저한테 상의를 안했다고 하십니다만, 대표께서도 저의 의중을 충분히 묻지않으셨습니다. 그 점은 저도 서운하게 생각합니다.
정대표 : 본론으로 들어가봅시다. 이번에 꼭 나가야만되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DY : 미국에서 8개월여 있어보니, 역시 정치인이란 국민 옆에 있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침 이번에 고향인 전주 덕진에서 재보선이 있으니 제2의 정치인생을 시작한다는, 새롭게 출발하려는 심정으로 나가보고 싶습니다. 이런식으로 있다가는 정치적 유랑자가 되지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정대표 :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4월 재보선은 민주당의 명운이 걸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을 심판하자고 해야하는데, 정 장관께서 전주 출마를 선언하는 바람에 선거전략이 완전히 흐트러져버린 것 아닙니까. 모든 관심이 정장관에게 쏠려있어요. 이러다간 한나라당만 좋은 일 시킬 수 있습니다.
DY :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 안팎의 부정적 입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호남에서 개혁공천을 하고, 그 바람으로 수도권 득표에서 힘을 받아보자, 이거 아닙니까? 그렇다면 제가 비개혁적 인사란 말입니까? 내가 그동안 당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희생했습니까? 17대 총선때 가능성없던 정당(열린우리당)을 1등으로 만들어 과반수를 넘겼고. 그 과정에서 당을 구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습니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도 참패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피하지 않고 책임을 졌습니다. 비록 지난 대선때 패배했지만, 지난해 총선때는 당이 수도권으로 출마하라고해서 그렇게 했고, 고배를 마셨습니다. 누구보다 당을 위해 희생했고, 당에 대한 애정에서는 누구보다 앞섭니다. 오히려 저를 공천에서 배제한다면, 개혁을 가장한 기득권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정대표 : 허허 참. 말이 조금 심하십니다. 지난 대선때 얼마나 많은 표차로 패했습니까? 민주당이나 정장관이나 국민들에게 좀더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것 아닐까요. 특히 이번 재보선의 경우 조금전 말했지만, 당의 사정이 남다릅니다. 또 이번에 나오지 않으시더라도, 10월 재보선때 김근태, 손학규 씨 등과 모양새 좋게 함께 나올 수도 있지않습니까? 지금은 제1 야당으로서 당의 역량을 키우는게 중요할 때라고 봅니다.
DY : 그 분들과는 나와 입장이 다릅니다. 김근태, 손학규, 두 분은 모두 수도권이 지역구이고, 어차피 서울이나 경기도로 나와야할 분들입니다. 제 경우 그때가서는 그럼 또 어느 지역구로 나가야합니까? 그때가서도 '서울 동작을'을 버려야할 것 아니겠습니까. 전주 덕진은 제 고향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민주당이 거대여당에 맞서 힘겹게 싸워야할때 제가 원내로 들어가서 힘을 보태는게 당의 역량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정대표 : 굳이 4월 재보선에 나가셔야한다면, 인천 부평을은 어떻습니까? 당을 위해서라면 이번 재보선에서는 수도권에서 나가주시는게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DY : 인천 부평을은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지난 총선때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 패했습니다만, 정치인이 고향을 놔두고 그때그때 선거전략에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말이 나와서인데, 정치인이 고향에서 출마하는게 뭐가 그리 큰 문젭니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이회창 총재, 박근혜 대표, 모두 고향에서 나왔지 않습니까? 정선배 역시 고향이 지역구 아닙니까? 정선배는 쉽게 고향을 포기하고 서울로 출마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전주 덕진에 출마하고, 인천 부평을에서 지원유세를 벌인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봅니다. 인천 부평을은 지난 대선때, 그 어려울 당시에도, 지지율이 30% 이상 나온 지역입니다.
정대표 : 말씀 잘하셨습니다. 지난 대선때도 지지율이 30%이상 나온 곳이니만큼, 이번에도 부평을에 출마하시면 무조건 당선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생각을 바꿔보세요.
DY : 제 생각은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고향인 전주 덕진 말고는 다른 생각 없습니다.
정대표 : 그렇다면, 당에서 전주 덕지에 공천을 주지않는다면, 정말 탈당이라도 하실겁니까?
DY : 저도 사태가 그렇게까지 가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민주당 대선후보까지 지낸 제가 당을 쉽게 나갈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만약에 공천에서 저를 배제한다면, 제 주변에서 오히려 가만있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까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정대표 : 정장관, 하지만 당내 여론이 너무나 좋지않습니다. 당 최고위원들을 포함해 정장관의 덕진 출마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당이 거꾸로 간다고 욕하는 분들도 많고.. 정장관에게 공천을 줬다가는 당의 혼란만 커질 수 있습니다. 또 한나라당이 호남정당이라며 지역주의로 몰아가면, 재보선에서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DY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전주 덕진에 나가고, 인천 부평을 지원유세를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당내 논란이라야 얼마나 가겠습니까? 재보선에서 이기면 끝나는 것 아닙니까? 반대로 전주 공천을 주지않아 보십시오. 당의 분열만 심화될 것이고, 오히려 재보선에서 안좋은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정선배, 귀국할때 지지자들 앞에서도 "정세균 대표 체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내가 이번 재보선에서 당선돼 복귀하더라도, 절대로 정선배를 흔들지 않을 것입니다. 내년 7월 전당대회까지 당무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정대표 : 이게 어디 나 혼자 결정 지을 일입니까? 정장관의 출마 문제로 당이 분열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국민들도 정장관의 출마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을 곱게 바라보지 않을 것입니다.
DY : 제 출마에 대한 판단은 국민의 몫입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셔서 아시겠습니다만, 저의 출마에 찬성한다는 분들이 두배이상 많습니다. 오히려 저의 출마를 자꾸 부정적으로 몰고 가려는 분들에게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겠지요.
정대표 : 알겠습니다. 정장관 입장을 잘 들었느니, 최고위원들과 상의를 해보겠습니다. 다음 회동날짜는 실무진을 통해 잡아보도록 합시다.
DY : 감사합니다. 이대로 나가면 기자들이 회동 결렬됐다고 써댈텐데, 기자들에게는 "재보선때 이명박 정권 심판하는데 힘모으기로 했다. 당의 분열있어선 안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도로 이야기를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정대표 : 그렇게 합시다. 여기서 우리 두사람 말한 것은 당분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맙시다. 그럼 또 봅시다.
-------------------
어떠신지요?
여러분께서도 제 글을 읽으시며, 여러분마다의 상상력을 동원해보시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90년대 SBS 사회부의 민완기자였던 정준형 기자는 법조팀과 경제부 등을 거쳐, 사회부 사건팀을 이끄는 시경 캡을 역임한 뒤 지금은 정치부 야당팀의 현장반장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때론 거칠면서도 정이 듬뿍 넘치는 인간미가 담긴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