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세를 지닌 서울 북한산.
날렵한 체구의 한 할아버지가 성큼성큼 산을 오릅니다.
쉴 새 없이 발길을 재촉하면서도 뭔가를 꼼꼼히 적어 넣습니다.
등산 구간별 거리와 소요시간, 갈림길 등을 소상히 기록합니다.
빼어난 능선이나 바위 같은 절경과 만나면 어김없이 사진으로 담습니다.
등산객을 만나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산에 대한 온갖 정보를 일러 줍니다.
[삼각산이 어딘지 아시나요? (혹시 도봉산 이런 거 아니에요?) 아니죠. 그걸 알아야 됩니다. 백운대 863.5미터 그게 서울의 주봉입니다. 제일 높아요. 두 번째 인수봉 810.5, 그 다음에 만경대 796.5. 이게 삼각산입니다.]
[삼개월 동안 놀다가 갑자기 올라오니까 무리하는 거야. 무리하면 안 돼요. 그리고 한 번 무릎이 망가지면 못 고쳐요.]
산을 오르 내리는 주인공은 칠순이 다 된 홍순섭 씨.
지금까지 오른 산만 1천여 개가 넘습니다.
특히 명산이라 여기는 북한산은 2천 번, 수락산은 1천 번 넘게 등반했습니다.
[홍순섭(69) : 우선 올라올 때는 힘이 들죠. 그런데 올라와 보면 고통이 다 없어지는 겁니다. 그만큼 무아지경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거죠. 성취감이 생기고 건강은 뭐 덤으로 오는 게 아니라 당연히 따라오는거죠.]
산을 오르내리면서 땀으로 얻은 산행 경험과 지식을 책으로도 냈습니다.
지난 2004년 경기와 강원지역 150개 산을 소개한 첫 책을 발간한데 이어 최근엔 전국 130개 명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아 세 번째 책으로 냈습니다.
등산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자신이 직접 오른 산만 포함시켰습니다.
[두 발로 썼습니다. 제가 머리로 쓴 것도 아니고, 가슴으로 쓴 것도 아니고, 두 발로 하나 하나 전부 다 심층확인 답사해서 쓴 책입니다. 구석구석 다니면서.]
15년동안 발품을 들인 만큼 주위의 반응도 좋습니다.
[고경민/등산용품점 주인 : 분명히 저건 하나 하나 코스별로. 제가 볼 때는 이거 다리 보폭, 거리, 정확한 시간이라는 건 직접 가보지 않고는 저런 책을 만들지는 못하셨을 거 같아요. 이 분이 평생에 걸쳐 만드신 책이라는게 피부에 와닿아요.]
가까이 있는 산을 겸허한 자세로 꾸준히 오르는 것이 산행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는 홍 할아버지.
[위험한 데를 그냥 걸어서 내려오니까 그게 문제에요. 맨 몸으로 그냥 잘 타는 것처럼 그러다 사고가 나는거야.]
홍 할아버지는 건강이 닿는데까지 아직 오르지 못한 전국의 산을 더 다닌 뒤 최고의 등산 안내서를 내는 것이 꿈입니다.
[무릎이 성할 때까지는 제가 산에 가겠다는 겁니다. 누가봐도 이건 텍스트북이다 등산 백과사전이다 교과서다 이런 평가를 확실히 받기 위해 마지막 여력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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