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 집행부가 4천만 원의 조합비를 유흥업소 등에 사용한 사실이 노조의 회계 감사 결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사과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적극 진화에 나섰으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도 최근 시작된 은행권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통상적인 조합활동의 일부가 확대 해석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 논란이 최근 민주노총 노조의 성폭력 파문 등 노조의 비리와 추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것이어서 자칫 노조 활동이 위축되지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유흥비로 4천만 원" vs "통상적 조합활동"
19일 국민은행 노조 회계감사인 H씨가 내부통신망을 통해 밝힌 감사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 집행부는 총 4천여 만원을 유흥 주점에서 썼다. 예컨대 4월 29일 120만 원을 유흥주점에서 사용하고 5월 16일에는 안마시술소에서 조합비 1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집행부는 일단 파문이 커지자 사과 성명서를 통해 문제로 제기된 4천206만 원(81건)과 선물비 등을 환급 조치한다고 밝혔다.
유강현 노조 위원장은 성명서에서 "조합원 정서에 반하는 비용 집행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합 경비를 더욱 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노조 간부는 "지난 1월 대의원 대회에서 회계감사인 3명 중 2명은 통상적인 조합 활동으로 봤으나 1명이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2월에 특별회계 감사를 받아 조합원들에게 공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집행부는 그러나 몇 가지 지적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안마시술소에서 지출된 10만 원의 경우 강원도에서 열린 체육 행사에서 술에 취한 집행 부원이 개인카드와 공용카드를 잘못 구분해 발생한 것으로, 나중에 환급 받았다고 노조 측은 해명했다.
노조 측은 또 선물 비용으로 수천만 원을 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영업본부장 39명에게 명절 때 한과세트 등을 돌려 700만 원 정도를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집행부 간부들은 "실제 강원도 등에 내려가 영업점 직원 10여 명과 삼겹살만 먹어도 30만 원 정도 나오고, 노래방에 가서 맥주만 마셔도 20만~30만원이 나온다"며 "일부 공개된 카드 사용 내역은 대부분 50만 원 미만이며 120만 원 가량의 지출액은 직원 400여 명과 만나는 자리에서 지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금융권 노조 '노심초사'
국민은행 노조 조합원들의 동요는 크게 표면화하지 않고 있으나 일각에서 집행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조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진 일일텐데 사과 성명과 환급조치만으로 무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공교롭게도 18일 금융노조가 사측과 올해 임금과 관련한 산별 중앙교섭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이어서, 금융권 노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향후 노조의 입지를 약화시켜 임금 협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조 측은 일단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각 지부의 조합비 집행은 자체 예산.회계기준에 따라 집행된다며 선을 긋고 나섰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권 노조들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어느 노조보다 엄격하고 깨끗하게 예산을 집행해오고 있다"며 "그간 과다지출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정 노력을 통해 상당부분 고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가뜩이나 갖가지 문제점이 터져나오면서 노동계 전반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 이번 문제가 제기돼 노조 활동이 위축될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노조의 경비지출 등의 문제는 감독 대상이 아니므로 일단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조의 경비지출은 감독 및 검사 대상이 아니어서 은행 자체 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할 문제"라며 "별도 조사를 하거나 검사를 나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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