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모여 있는 서울 신촌 거리입니다.
주중인데도 여러 무리의 대학생들이 술집과 노래방으로 몰려 다닙니다.
개강철을 맞아 학과별 신입생 환영회식이나 동아리 모임이 쉴 새 없이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곳곳에서 흥겨운 술판이 벌어졌습니다.
[예의상 이만큼은 마셔야지.]
능숙한 솜씨로 술병을 따고, 대접에 술을 담아 거침없이 들이킵니다.
지하철이 끊길 시간이지만, 술자리 뜨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끝나고 노래방 갔다가 3차 소주. 중간에 한 명도 빠지지 말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구토하는 학생들도 여기저기 보입니다.
밤새 이들 취객에 시달린 지구대.
[관할 지구대 경찰관 : 술 취해서 아무 식당 들어가서 그냥 아줌마한테 업무방해 한 거죠. 아줌마한테 욕하고, 떠들고 안 나가고. 수갑을 채웠어요. 왠만해서는 수갑을 잘 안 채우는데, 채웠는데도 난동 피우고 발길질하고 오줌도 싸고 그랬어요.]
반복되는 구태에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대학생 취객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황순복/상인 : 젊은 애들이 그렇게 토하도록 먹고 그런 거 보면 한심스럽지 뭐. 더 이상 말할 거 뭐 있어? 부모 들은 뼈가 동강이 나게 벌어서 자식들 가르쳤는데, 저녁 되면 술이나 먹고 돌아다니면 좋겠어?]
지난 4일 강릉의 한 대학교에서는 환영식을 마친 신입생이 기숙사 8층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술에 너무 취해 기숙사 베란다에서 실족한 것입니다.
[조찬아/강원 강릉경찰서 : 평소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못했는데 그 날 같이 합석했던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봤을 때는, 술을 매우 많이 마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지난 달 강원도 평창에서도 같은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입생 수련회를 갔던 인천의 한 대학교 신입생이 폭탄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온 뒤 베란다 창문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어이없는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는 이런 날벼락이 없습니다.
술을 처음 마시거나 잘 마시지 못하는 새내기에게 폭음을 강요하는 문화는 해마다 사망사고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적게는 한두명에서 많게는 서너명씩 술을 마시고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급기야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전국 348개 대학 총학생회장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총학생회가 앞장서 건전한 음주 문화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장관의 호소도 별 소용 없었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료집에 폭탄주 만드는 여러가지 방법을 버젓이 소개했습니다.
[제갈 정/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예방연구본부장 : 단적으로 우리나라 대학사회가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음주를 바라보는 시각인 거 같아요. 그게 그렇게 들어간 거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고, 그게 뭐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죠.]
한 취업사이트 조사결과 대학생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술을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대학생들의 음주율은 성인보다도 훨씬 높은 95%에 이르고, 4년제 대학의 4곳 중 3곳에서는 음주로 인한 폭력이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대학생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술을 끊거나 자제하는 동아리에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류지형/보건복지가족부 정신건강정책과장 : 기존 다른 예산을 변경해서(라도) 절주동아리를 확대하라는 지시를 했었고요, 내년에는 전국 348개 대학에 다 절주동아리가 설치될 수 있게끔 우리가 지원예산을 확보하자.]
음주 폐해를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한 몇몇 대학들은 올해부터 모든 행사를 술없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김강석/대구한의대 총학생회 사무국장 : 그래도 대학 왔는데 술 먹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신입생들도 얘기했는데, 막상 그렇게 (술 안 먹고) 한 과에서는 재미있어하고, 반응도 좋았어요.]
술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피해는 한 해 20조 원.
해마다 젊은 대학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잘못된 음주 행태만은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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