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3일 핵심 간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고해성사'를 계기로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성폭력 파문에다 일부 단위 사업장 노조들의 탈퇴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를 조직 혁신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성폭력 파문의 여파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파갈등 등 조직의 고질적 병폐가 남아있는 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 고해성사 내용은 = 성폭력 파문으로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는 홍역을 치른 민노총은 전면 재조사를 위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우선순위에 뒀다.
민노총은 특위를 구성하면서 유례없이 외부 전문가 3명을 충원해 내부 인사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고,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는 어느 정도 공정성을 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위는 우선 이번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직적 은폐 조장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진행했으며 의혹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성과를 냈다.
도피 중이던 이석행 전 위원장이 경찰에 검거된 직후 대책회의를 위해 모인 다른 노조 간부들이 가해자인 김모씨의 성폭행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사실상 이를 묵인ㆍ방조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특위는 이 사건을 제때 공론화하지 못한 이들의 행위를 '조직적 은폐를 조장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피해자가 속한 조직인 전교조의 당시 최고 책임자가 정치적 파장과 조직에 대한 타격을 언급하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이석행 전 위원장 은닉 수사와 관련해 노조 측에서 일방적으로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이었던 노조 차원의 조직적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성폭력 파문이 완전히 진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피해자 측이 애초 "민주노총 측에서 사람을 보내 보수언론이 알게 되면 안 된다는 등의 논리를 들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며 조직 차원의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특위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한 핵심 인물로 지목된 사건의 언론 유포자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조사를 종결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 혁신 이뤄지나 = 노동계에서는 내우외환을 겪는 민주노총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직 혁신에 박차를 가해 실추된 도덕성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주노총 한 간부는 "이번 조사결과는 '고해성사'에 버금가는 것인데 문제는 이를 어떻게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는 동력으로 삼느냐는 것"이라며 "성폭력 사태로 조직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공개된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내부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람만 탓할 것이 아니라 내부 조직 시스템상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인적 쇄신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근시안적인 시각을 버릴 때가 됐다"며 구조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민주노총이 이번 조사결과 발표로 사실상 사태 수습을 마무리했지만 이를 내부 개혁으로 연결하기에는 조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한 노조원은 "성폭력 파문이 노조 간부들을 심적으로 각성시키고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노조 내 계파 갈등 등 고질적인 조직 내 병폐가 남아있는 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은 "80만 노조원을 거느린 거대 노조가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혹은 수평적으로 끊임없는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노조 집행부가 긴 안목과 목표의식을 갖추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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