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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달콤한 위안

슬럼독 밀리어네어(감독: 대니 보일, 주연: 데브 파텔, 프리다 핀토, 15세 관람가)

인도 뭄바이 빈민가 출신의 고아 소년 자말(데브 파텔)은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유명 퀴즈쇼에 출연기회를 잡습니다.

처음에는 시청자는 물론 사회자에게까지 무시당하지만 차례차례 관문을 통과하고 백만장자가 되는 마지막 관문을 남겨놓은 시점, 아쉽게 그날 방송시간이 끝나고 다음날 마지막 문제를 풀어아 하는데 방송국측은 그를 경찰에 넘깁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빈민가 출신 소년이 부정행위를 동원하지 않고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 넘기지 못했을 거라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하나하나의 관문의 답이 자말의 살아온 행적에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과 자말이 퀴즈에 출연한 중요한 이유가 돈 말고도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지며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됩니다.


[트레인스포팅]으로 90년대 영국 영화의새로운 힘을 보여줬고, [28일후] 등의 블록버스터급 영화도 매끈하게 만들어낸 대니 보일 감독의 내공이 매끈하고 달콤한 휴먼드라마를 만들어냈습니다.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등 주요 부문 8개 상을 거머쥐었는데 이는 아무래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라는 프리미엄(?)이 적잖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지난해나 재작년에 나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그런데요.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달콤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이 영화가 담고있는 주제의 '효용'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퀴즈쇼의 긴박감과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자말 형제의 어린 시절부터의 비참한 성장담이 격자무늬로 엮이는 구성은 일단 재미 확보 측면에서 먹고 들어가는 부분이죠.

여기에 대니 보일 특유의 스타일을 가미하고, 인도 특유의 역동적인 모습을 잡아내는 카메라의 촬영 솜씨도 훌륭합니다.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가며 적절하게 배치하는 솜씨와 관객들의 몰입을 유지하다가 마지막 문제를 푸는 부분에서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기술이 좋습니다.

이 부분에선 우리가 너나없이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 그 뜨거웠던 여름이 기억나더군요.

좀 삐딱하게 보자면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다는 작위성과 그런 세파를 겪으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과 순수함을 간직한 자말이라는 캐릭터가 비현실적이고, 무엇보다 계급적 관점에서 볼 때 '투쟁의지'를 꺾고 '투항의지'를 증대시키는 마취제 같다는 지적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요즘 세상이 워낙 팍팍하게 돌아가는지라 어렵고 힘든 모든 분들, 달콤한 판타지성 휴먼드라마를 통해서 잠시나마 위안을 받는 것도 좋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편안한 시선'  남상석 기자는 2002년부터 영화계를 출입해 온 베테랑 문화 담당 기자입니다.  1993년  공채로 입사해 사회부와 정치부 등을 거쳐 오랜 기간 보도국 문화부에서 내공있는 필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영화와 영화인들을 좋아하며  '평론가처럼 어렵지 않은.. 관객의 한사람 같은 친근한 눈높이의 영화평'으로 개인 블로그도 큰 반향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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