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치권 로비설을 본격 수사하기로 함에 따라 박 회장이 `누구에게 얼마를 줬다'고 입을 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작년 가을 중수부가 박 회장을 내사할 때부터 "박 회장이 여·야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금품을 살포했다"거나 "웬만한 경남 일대 고위 공무원들은 다 용돈을 받아 썼다", "옛 여권 실세가 연루돼 있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폭넓게 인연을 맺었고 태광실업과 정산개발ㆍ휴켐스 운영 및 부동산 투자로 재력이 상당한데다가 씀씀이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박 회장이 구속되고 금품을 받은 이들의 실명이 적힌 `박연차 리스트'까지 나돌면서 정치권을 긴장시켰으나 그동안 정치인을 상대로 한 소환조사는 전개되지 않았다.
리스트는 태광실업이 스스로 작성해 국세청에 넘겼다는 `국세청판'과 증권가에 떠돈다는 `여의도판' 등이 세간에 회자됐다.
`국세청판'은 박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만났던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 검찰·경찰 간부 등의 실명과 식비ㆍ골프비 등 접대비 명목으로 지출한 법인카드 영수증을 정리한 것이고 `여의도판'은 여ㆍ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18명의 실명이 올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증권가 사설정보지'에는 L의원을 비롯해 K씨, B씨, J씨 등이 거론됐고 금융계 인사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박 회장을 구속기소한 중수부 수사팀은 "어떤 리스트도 넘겨받은 바 없고 로비 혐의나 진술도 포착된 바 없다"고 누차 강조했었다.
올해 초 정기인사에 따라 새로 꾸려진 수사팀은 지난 한 달 반 동안 박 회장과 가족, 회사 임ㆍ직원을 상대로 광범위한 자금흐름 추적을 통해 조성 과정이 의심스럽고 사용처가 불분명한 뭉칫돈을 상당 부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4일부터 박 회장을 상대로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을 근거로 뭉칫돈의 사용처를 추궁하는 등 로비설과 관련해 진술을 받을 예정이며 박 회장의 세 딸을 출국금지하는 등 `압박용 카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회장은 주로 현금을 쓰면서 수첩이나 장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가 입을 열지가 관건이다.
또한 그가 정치인에게 돈을 줬다고 해도 정치자금법이나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간단치 않은 문제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박 회장이 주로 해외 공장에서 신발과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국내에서는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어 정관계 로비가 필요할 정도로 이권다툼이 치열한 분야가 아닌 점을 고려하면 `대가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의 칼끝이 누구를 겨냥할지 서울 여의도 정치권이 또다시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