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다단계 사기행각을 벌이다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51) 씨의 검거 실패를 놓고 사기 피해자들이 해경의 미온적 대처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 씨의 밀항이 해경의 수사망을 뚫고 이뤄졌다면 큰 논란거리가 되지 않겠지만 해경이 조 씨의 수상한 행적을 밀항 한달전에 미리 제보자의 제보를 통해 파악하고도 눈앞에서 조 씨의 도주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각종 의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조 씨를 마약거래범으로 단정해 중국측 배로부터 마약을 반입하는 현장을 급습하려다 밀항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 해경의 해명이지만 전국에 지명수배된 사기범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과 밀항 가능성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은 점 등에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건의 진상
조 씨는 2004년부터 다단계 방식의 의료기구 임대사업을 해오면서 고수익을 미끼로 전국 각지에서 5만여명의 투자자를 모아 4조 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의 수배를 받아 왔다.
다단계 유사수신업체를 차린 뒤 안마기 등 의료보조기구 임대사업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인천과 충남, 대구 등 전국에서 투자자를 모아 투자금을 가로챈 전형적인 다단계 사기조직의 우두머리가 조 씨였다.
경찰 수사망을 피해 해외도피를 계획한 그의 수상한 행적이 해경에 파악된 것은 지난해 11월초.
결과적으로 그를 소형 보트에 실어 중국배에 넘긴 양식업자 박모(43) 씨의 제보를 받고서다.
조 씨를 마약범으로 오인한 해경은 이후 박씨와 공조해 지난해 11월10일부터 조 씨가 밀항에 성공한 12월 9일까지 3차례에 걸쳐 마약범 검거작전을 벌였다.
태안군 안면도 마금포항을 출발한 뒤 우리나라 최서단의 무인도인 격렬비열도를 거쳐 공해상에서 중국배와 접선해 마약을 들여오는 현장을 적발해낸다는 것이 해경의 작전이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작전은 사전에 약속된 중국배가 기상악화와 높은 파도로 인해 공해상의 접선장소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실패했다.
그러나 조 씨는 3번째 작전이 펼쳐진 지난해 12월 9일 공해상에 대기중인 중국배를 타고 격렬비열도 서쪽 공해를 지나 중국으로 유유히 빠져나갔다.
조 씨를 넘겨받은 중국측 밀항선은 그의 조카 유모 씨가 중국에 미리 들어가 직접 구입해 몰고나온 어선이었다.
◇해경 수사 문제점
조 씨의 밀항을 눈앞에서 놓친 해경 수사의 문제점은 우선 그의 신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 마약사범으로 오인했다는 점이 꼽힌다.
해경 측은 이에 대해 "전국의 수배자가 수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해경이 일일이 그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제보를 받은 뒤에도 해경이 직접 나설 경우 조씨 일당이 눈치챌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해 직접 접촉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미 조 씨의 수배전단이 전국에 배포된 상태인데다 그의 사기 행각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해경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지며 적어도 조 씨 등을 쫓고 있던 서산경찰서와의 수사공조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조 씨의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이 사건을 단순 마약사건으로 단정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또다른 의문거리다.
사건을 제보한 박 씨가 과거 마약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조 씨를 마약사범으로 단정했다는 것이 해경 측의 설명이지만 밀항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고 체계적인 수사를 벌였다면 적어도 그를 코앞에서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투자금을 날린 뒤 어느 한곳 호소할 데 없는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해경에 대해 '밀항 도우미'라고 비난하며 책임을 추궁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크게 할 말이 없는 것이 현재 해경의 처지다.
해경이 의도적으로 조 씨의 밀항을 방조하거나 묵인했을 리는 없겠지만 그의 밀항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 전개 과정에서 해경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태안=연합뉴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