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창업신화'로 주목받았던 이철상(41)씨에 대한 형사재판이 시작되면서 추측만 난무하던 '이철상 리스트'의 존재 여부가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VK 전(前) 대표였던 이씨는 19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권한대행을 맡아 학생운동을 주도한 '386 운동권' 핵심 출신이다.
지난 1월 구속 기소 후 그가 빼돌린 자금 가운데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씨가 이른바 '386 정치인'들과 가진 친분 때문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각종 수법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금액이 모두 300억 원을 넘는다고 보고 있다.
당시 검찰은 이씨가 빼돌린 돈 대부분을 부도 직전이던 VK의 어음결제나 채무변제 등에 사용했다고 봤지만 일부가 정치권에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채 사용처를 밝히는 수사에 집중해 왔다.
아직 정치권 유입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씨가 횡령한 돈의 사용처가 모두 밝혀진 게 아닌 만큼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11일부터 대전지법에서 시작된 공판에서 검찰 신문이나 변호인 반대신문 등에서 이씨가 돈을 준 정치인의 이름이 혹시 언급될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주목해볼 만한 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윤모(40)씨의 월급 통장이다.
검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이씨 밑에서 일하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 보조관을 지낸 윤씨의 월급 통장에 수억원이 모였다가 2005년 이중 일부가 안희정(43)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계좌가 '386 정치인'들의 비밀 정치자금 보관소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수사를 확대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56) 창신섬유 회장이 윤씨 통장에 1억원을 입금한 것을 포함해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안 최고위원에게 건넨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관련자들이 윤씨 통장에 모아진 돈은 안 최고위원의 추징금(4억9천만원) 납부를 돕고자 십시일반 모은 것일 뿐이고 강 회장이 안 최고위원에게 준 돈도 단순한 생활비 대여라고 주장하고 있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철상씨 수사를 단순한 횡령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정치인 관련 여부를 캐고 있다는 점만은 확인된 셈이어서 앞으로 재판에 쏠리는 관심이 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씨 사건 심리를 맡은 대전지법 제12형사부(서민석 부장판사)는 증인신문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이 사건을 집중 심리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앞으로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이씨 사건 재판만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이씨는 VK 1차 부도 두 달 전인 2006년 4월 회사 자금사정이 좋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상증자를 한 뒤 증자대금 90억원을 챙기고 외국에 위장회사를 설립해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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