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상에서 활동하던 미국 함정에 강경 대응한 배경에는 중국이 이 함정을 간첩선으로 간주하고 자국의 정보주권을 수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서방 언론과 미국 당국의 발표 등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8일 남중국해상에서 정상적인 해양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던 미국 해군 소속 'USNS Impeccable(임페커블)'호에 가까이 다가와 위협적인 행동을 가한 것으로 돼 있지만, 중국의 입장은 이와 전혀 다르다.
중국 인민해방군 고위 관리들은 "이 선박은 상업용도의 측량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간첩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 해군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해군 부사령관 출신의 진마오(金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는 "이 배는 간첩선"이라면서 "누구든지 그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우리 해군은 더욱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더순(張德順) 해군 부참모장은 "이 함정은 2㎞에 달하는 관측케이블을 가진 군사목적의 관측선"이라면서 "이 배의 활동이 중국 관할 해역에서 활동하는 중국 선박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11일 '남중국해에서의 간첩활동'이란 제목으로 1면에 'USNS 임페커블'호 사진을 싣고 이 배가 해수면 아래에서의 위협을 탐지하기 위한 해양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내용의 그래픽까지 게재했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도 이 날짜 1면 머리기사로 "미국의 간첩선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건드렸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해 중국 당국의 강경한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도 외교적인 입장을 고려해 간첩선이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마자오쉬(馬朝旭) 대변인이 10일 브리핑에서 "미국 선박이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내에서 국제법과 중국의 법률에 위반한 불법적인 활동을 벌였다"며 엄중히 항의했다.
베이징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강경조치가 대양 해군의 길로 들어선 중국이 분쟁이 벌어지는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을 확인하는 동시에 해상 정보전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 군사소식통은 "이번 조치가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할 뜻을 밝히고 최근 '2008년 국방백서'에서 서방 세력에 의한 해안선 봉쇄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해군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시아 각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당사국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이 사건이 중·미 관계 자체에 갈등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은 "이 사건이 중미 관계의 변수가 될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미 관계의 큰 틀을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외무장관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고 '최근 재개된 중.미간 군사협력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특별히 보충할 내용이 없다"면서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베이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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