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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이서 PGA챔프까지…'야생마' 양용은

미국프로골프(PGA) 챔프로 등극한 제주의 '야생마'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골퍼로서 첫발을 내딛게 한 것은 '볼보이'였다.

양용은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친구의 소개로 제주시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공 줍는 일을 하며 골프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인연이라고는 하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한 수단이었던 만큼 골프장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굴착기를 배우라는 아버지의 성화에 따라 건설사에 들어가 그는 굴착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2개월 만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한쪽 무릎을 크게 다쳐 2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다 보충역으로 군에 입대했고, 쉬는 날에는 궂은 일을 마다않고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간이 골프 연습장을 찾곤 했다.

그러다 1991년 제대한 뒤 제주시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혼자서 본격적으로 골프를 익히기 시작했다.

당시 양 선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제주도골프협회의 김영찬 전무는 "양용은은 오라골프장을 찾는 프로선수들의 동작을 눈으로 보고 여기 저기 자문하면서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고 회고했다.

김 전무는 "그는 당시 야간 조명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아무도 없는 연습장에서 혼자 라이트 하나를 끌어다 해가 진 다음부터 밤 늦게까지 연습하고, 다음날 새벽에도 다시 연습을 하고,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연습벌레 중의 연습벌레'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또 "과묵한 성격의 양용은은 하나에 집중하면 한눈을 팔지 않는 집중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였으며 반드시 성공해서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집념이 대단한 사나이였다"며 "어려웠을 때를 잊지 말고 더욱 분발하고 더 큰 선수가 되어 고향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의 PGA 우승 소식에 아버지 양한준(64.서귀포시 남원읍)씨는 "돈이 없어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고생을 많이 시켰는데 도민들의 성원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해 기분이 좋고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그는 "내가 촌에서 농사만 짓다보니 골프란 것은 돈 있는 부자들이나 하는 운동이라 생각하고 농사나 같이 짓자며 골프하는 것을 적극 말렸지만 용은이가 하우스용 파이프를 골프채 삼아 몰래 연습을 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양 선수에게 고교시절 체육을 가르쳤던 김문규 현 한국뷰티고 교사는 "용은이는 말이 없고 조용하고 얌전한 학생이었지만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다"며 "자랑스러운 제자"라고 뿌듯해 했다.

그는 또 "고등학교 때 원래 보디빌딩을 했지만 전국대회에 나가고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해 오라골프장 연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골퍼의 길로 들어서길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 선수는 모교인 제주고등학교(구 제주관광산업고)에 2006년부터 해마다 모교에 운동부와 체육 발전기금, 골프채 등을 전달하는 등 어려운 여건속에서 모교와 후배 사랑을 위한 애정을 표시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1996년 한국프로골프(KPGA)에 입문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양용은은 2002년 SBS최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내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2004년에는 일본투어에 진출해 첫해 2승을 하는 등 통산 4승을 거두기도 했다.

양 선수는 다음 주에 열리는 CA챔피언십에 출전해 다시 한번 우승을 노리며, 4월에는 '꿈의 무대'인 마스터즈에서 대반란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양한준씨와 고희순(62)씨의 3남5녀 중 네번째로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초등학교와 무릉중학교, 제주관광산업고를 졸업했다.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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