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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커플, 기업에 得일까 失일까?

요새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직장 안에서 이성교제를 하거나 결혼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기자 커플이 많고 출입처에서도 그런 사례는 빈번합니다.

남녀가 동등한 숫자를 구성하는 직장보다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한 쪽 의 숫자가 다수일 경우에 사내커플은 더 많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의 경우 기혼여사원의 54%가 사내커플로 2003년 34%보다 20%p나 증가했고, 웅진씽크빅은 전체 540명의 직원 중 사내 부부가 26쌍으로 10%나 해당된다고 하네요.

최근 출입처인 한 기업에서 만난 한 여성 과장은 바로 옆 부서에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데 좋은 점도 많았지만 때로는 스트레스가 많다고 털어놓더군요. 그 회사는 국내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인사 시기마다 은근히 '남편보다 먼저 승진하면 안되잖아?' 라는 류의 말을 듣곤 한다는 겁니다. 지난해엔 남편이 해외 발령을 신청했는데, 부인은 어떻게 할거냐며 함께 발령 내긴 어렵다는 상부의 말을 듣게 됐고, 떨어져 지내기도 곤란한 상황이라 결국 포기했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그녀와 얘기하면서 사내커플이 점점 늘어만 가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를 더 효율적으로 인사관리에 활용하고자 하는 고민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녀가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는 로맨틱하고 그 이상 좋은 일이 있을수 없겠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사관리 상 적잖은 변수로 작용하는가 봅니다.
실제로 사내이성교제와 결혼에 대한 직원, 경영자간 인식차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헤드헌팅업체인 아인스파트너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70%가 사내결혼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CEO는 60% 이상이 부정적으로 대답했습니다.

요새는 많지 않지만 과거에는 사내커플을 금지하거나 경영위기가 닥칠 때 부부직원을 해고나 권고사직의 우선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부당 사례들의 얘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이는 법적으로도 엄연히 불법입니다. 2005년에 독일은 월마트의 사내연애 금지 근무수칙이 노동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제일생명이 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부직원에게 자진사표를 강요한데 대해 2002년 법원은 무효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기준이 모호하다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1999년 농협 구조조정으로 사내 직원부부를 우선 해고했는데 부부사원 가운데 해고된 사람이 여자가 남자의 10배를 넘는 등 여성에게만 집중적으로 퇴직을 강요했었습니다. 해고자들과 여성단체가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국 대법원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당시 사내부부 중 여성 우선 퇴직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다른 판결과 배치돼 많은 논란을 빚었습니다)

CEO들은 왜 사내커플에 보수적일까요.

사내커플이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을 경우 사적 문제가 업무로 연결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 우선적인 이윱니다. 또 결별할 경우 퇴사 등 조직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2007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내 연애 경험이 있는 직장이 대상 조사 결과 '헤어진 이후 커플 중 한명이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응답이 21.7% 차지했습니다.

특히 사내커플이 상하관계에 있을 경우 인사나 보수 등에서 특혜를 줄 가능성이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다른 직원들의 불만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불명예 퇴진했던 울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는 인사담당 부총재에게 여자친구의 승진과 연봉인상을 지시하고 인사 윤리위원회 심의를 생략하는 등 직권 남용해 그간의 명성을 뒤로한 채 자리를 물러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직위나 부서를 뛰어넘어 직원들과의 원활한 업무협조가 가능하고 정보나 노하우를 공유해 궁극적으로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효율성이나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부부직원의 경우 회사가 단순한 일터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면서 애사심이나 충성도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영국 요크셔포스트지는 2006년 사내커플이 생산력을 높이고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남녀가 모여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호감을 갖게 되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미국기업들은 기밀공유 금지, 연봉이나 승진 관련 영향력 행사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love contract' 서명을 의무화하기도 하고, 영국에서는 직원간 이성교제 사실을 공개, 보고할 것과 사내에서 과도한 신체접촉 자체 등을 요구하는 회사도 있다고 합니다.

금융권에서는 부부직원이 같은 지점이나 부서에 근무할 경우 횡령 등 금융범죄에 공모할 가능성을 우려해 근무지를 따로 배치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미국의 종합병원에 해당하는 TV 시리즈물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가 생각이 나네요. 하도 병원내 의사, 레지던트, 인턴, 간호사끼리 연인관계, 헤어짐이 빈번해 직무에 영향을 주자 병원장은 각자에게 연인관계를 가진 사람을 적어내라는 웃을 수만은 없는 지시를 내리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내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는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오히려 이를 장려하거나 조직화합 등에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사내 결혼상담소를 설치해 미혼 남녀 직원들간 모임마련 등을 통해 직원간 결혼을 적극 권장한다고 합니다.

1만 2천명 직원 중 사내부부가 424쌍이나 되는 우리은행은 인사발령때 부부가 떨어지지 않도록 고려해 배치한다고 합니다. 유한킴벌리는 사내커플이 원하면 같은 사업장에 배치하고, 아시아나는 승무원 부부가 월 1회 같은 비행기를 탈수 있도록 한다네요.  한국 P&G  '듀얼 커리어 커플(dual career couple)'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내 커플 중 한명이 해외근무를 하게될 경우 배우자도 같은 나라에 적합한 자리를 찾아줘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랍니다. 현대 건설은 매년 새로 결혼한 사내 직원 부부를 사장이 직접 초청해 결혼을 축하하는 만찬 행사를 통해 애사심을 키워주려 노력합니다.

이런 훈훈한 풍경도 있지만, 아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사내 커플에 대한 특정한 인사 원칙조차 마련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위기가 닥쳐왔을때 사내커플, 특히 이 중 여성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는 사례도 여전합니다. 그런데도 남은 한사람이 회사에 근무하기 때문에 여성은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사내 커플을 생산성을 높이고 조직 화합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기업경영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친(親)가족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지식경제부와 산업계를 취재하는 정호선 기자는 1997년에 경제지 기자로 시작해 2005년에 SBS에 입사했습니다. 좌우명인 '긍정의 힘'과 함께 오랜 경제분야 취재경험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기사로 활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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