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정책과 관련한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의 말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이 뉴스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말끝마다 시비가 따라붙던 전임 노무현 대통령보다 운이 좋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응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말의 무게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뉴질랜드 방문 중에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SBS 뉴스의 보도에서 그 사례를 봅니다. 지난 3일 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농업 선진국인 뉴질랜드의 농업개혁 현황을 청취한 뒤 우리 농업도 변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뉴스는 대통령이 뉴질랜드로 향하는 특별기 내에서도 "정부 보조금을 없애는 등 고강도 개혁을 통해 시장 지향형 경쟁력을 살려 낸 뉴질랜드와 네덜란드 사례를 본받아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같은 개혁방향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더욱이 정부가 자유무역협정 곧 FTA를 추진하면서 집중적인 지원 약속으로 농민들을 달래고 있는 모습과도 어긋납니다. 그렇다면 뉴스는 당연히 대통령이 밝힌 고강도 농업개혁에 대한 농민단체들의 반응을 보도해야 합니다.
지난 1일 SBS 뉴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중산층 이하를 돕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기득권과의 일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연 소득 20만 달러 이상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율을 높이고, 이로써 확보된 1조 달러로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4천 6백만 명에게 보험혜택을 줄 것이라고 설명한 것입니다. 뉴스는 이어 오바마의 구상이 미국식 이념논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이 우리와는 크게 다른 오바마의 구상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는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거리입니다. 의료보험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보험회사가 주도하는 미국식 사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한다는 사보험제도가 지금 미국에서는 개혁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미국은 과거 클린턴 정부 초기 대형 보험회사의 로비에 밀려 의료보험 개혁에 실패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SBS 뉴스가 오바마의 개혁이 미국 내의 이념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짚은 것은 적절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오바마의 개혁, 특히 의료보험제도 개혁이 미국에서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느냐, 그리고 성공한다면 미국의 서민들이 받는 의료혜택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추적하는 일입니다.
지난 1일 SBS 뉴스는 초등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좀 더 젊게 보이려고 성형외과를 찾는 40대 아빠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뉴스는 "중년의 아버지들에게 입학철은 변신의 계절"이라는 설명으로 끝났는데, 아버지의 이런 태도와 사회 분위기가 새싹들을 어떻게 자라게 할 것인가에 대한 좀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합니다. 2월 27일 뉴스는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상업영화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습니다. 늙은 소와 농촌 노부부의 단조로운 일상을 그린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지를 뉴스가 분석했으면 합니다. 같은 날 SBS 뉴스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국회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눈과 얼굴 등에 상처를 입고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몸 여러 곳에 멍이 들고 왼쪽 눈 각막에도 일부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습니다. 28일 뉴스는 전 의원이 병원에서 각막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SBS 뉴스는 전 의원이 집단 폭행을 당해 특히 눈이 심하게 다쳤다고 설명한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이 전하는 폭행 상황은 폭행이나 피해 정도가 다릅니다. 심지어 전 의원 측이 폭행과 피해정도를 과장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여러 신문과 인터넷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전국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한 종교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그날 현장에서 처음부터 상황을 끝까지 다 봤다"고 말하고, "5~6명이 집단폭행을 했다느니 하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국회를 견학 온 한 고등학생이 찍은 동영상을 확보했는데, 동영상을 판독한 경찰 관계자조차 "직접적인 폭행 가담자는 한 명이며 집단 폭행으로 볼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여 정밀감정을 의뢰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전 의원 폭행 사건의 초점은 폭행상황에 대한 전 의원 쪽의 주장이 과장된 것인가, 그리고 경찰이 집단폭행의 가능성을 캐고 있는 것이 과잉수사인가 아닌가 하는 데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SBS 뉴스는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는데 필요한 소식들을 군형감 있게 보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스는 전 의원의 눈 수술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정하기 위한 정밀진단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속보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뉴스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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