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전 국민을 납치와 위조지폐 유통에 대한 불안감으로 떨게 했던 제과점 여주인 납치범 정승희(32)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5일 진행됐다.
오전 10시40분께 시작된 현장검증은 세 번째 납치사건 현장인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신모(51)씨 자택 인근부터 시작해 첫 번째와 두 번째 납치사건이 발생한 양천구 신정동까지 동선을 따라 상황별로 이뤄졌다.
남색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현장에 나타난 정씨는 다소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장시간 조사를 받았기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씨는 범행 상황을 재연하면서 주위를 지나는 인근 주민들을 의식한듯 간간이 모자챙을 잡아 밑으로 내리는 등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현장에는 일부 주민들만 정씨를 힐끔거리며 지나칠뿐 정씨의 행위를 지켜보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정씨는 공범 심모(28.구속)씨와 함께 현장에서 피해자 신씨를 폭행하고 실신시킨 뒤 체어맨 승용차에 태워 납치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정씨는 가끔 반성한다는 듯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침통한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으나, 재연 과정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조사과정에서 '여의도에서부터 신 씨를 뒤따라갔는데, 애초부터 신씨를 노렸다기보다는 무작위로 한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고 진술했다"며 "결국 불특정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범행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신 씨를 납치한 뒤 13시간 만에 여의도 순복음교회 인근 둔치에 풀어주기까지의 상황을 재연한 데 이어 양천구 신정동에서 김모(53.여) 씨와 황모 씨를 납치한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마무리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에는 정 씨와 함께 네 차례 납치 범행을 하면서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빼앗아 현금을 인출한 과정과 피해자를 차량 내에 감금한 상태에서의 행위 등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검증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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