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꼽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동대문 시장, 그 가운데도 패션타운입니다. 밤이 되면 북적북적, 옷 파는 사람과 옷 사는 사람들의 흥정으로, 그냥 구경만 해도 신이 나죠.
그런데 최근 어려운 경기 탓에 동대문 패션 상가에 빈자리가 늘고 있습니다. 동대문 대형 패션 상가들의 평균 공실률이 3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공실률이 점점 낮아지는 상가도 있습니다. 일명 'IMF 상가'라고도 불리는데요. 동대문 패션타운 중심가에 있는 도매전문상가인 '유니온30'이란 곳입니다.
5년동안 장사가 잘 안돼 유령 상가로 불리던 곳이었는데요. 지난해 새 관리단이 들어온 뒤 공실률이 60%에서 지금은 40%선까지 메꿔졌고, 점차 빈 가게가 채워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는? 바로 싼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입니다.
동대문의 보통 상가들은 1개 점포당 보증금 5천만 원~1억 원에 월 임대료 250~300만 원선입니다. 그런데 이 IMF 상가는 보증금 300만 원~500만 원에 월 임대료 35~50만 원선이죠. 약 10분의 1 가격, 말 그대로 '파격 세일'하는 겁니다.
요즘같은 불경기에 상인 입장에선 장사가 삐걱거리면 보증금도 보증금이지만 250만 원이 넘는 임대료 자체도 큰 부담이겠죠. 그러나 이 상가에선 말 그대로 옷값빼고 망해봐야 최대 500만 원이란게 입주 상인들의 말입니다.
운영위원회 측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상인들이 물건 팔아 남기기보다 비싼 임대료 때문에 불경기엔 결국 망해 나가기 십상이란 겁니다. 고정 비용 지출을 줄여주면서 '함께 살자' 전략을 쓰고 있는게 주효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런 전략을 쓰면 지주들은 불만이겠죠. 상점 소유권을 가진 지주들은 10분의 1밖에 안되는 임대료가 달가울 리 없을테니까요. 하지만 임대조차 안 나가는 상점이 워낙 많은 탓에 웬만한 지주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인들이 꽉꽉 차 들어와야 '상권'이 형성되고 상권이 일단 형성되고 나면 그 뒤에 보증금이든 임대료든 상황 따라 올리면 되니까요.
이 상가의 운영을 맡고 있는 소시영 회장은 이 일대에서 일명 '마이다스의 손'이란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상가를 현재 동대문에서 공실률 0%의 제일 잘 나가는 상가로 만든 사람입니다. IMF 때 부도맞은 상가였던 '테크노'를 이런 식으로 싸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상인들을 끌어모았습니다.
99년에 보증금 300만 원에 임대료 30만 원으로 상인들을 채우면서 상권을 만들었고, 현재 장사가 잘 되면서 보증금은 2,000만 원, 임대료는 8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지주도 상인도 불만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도 입주 대기자가 50명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상가에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습니다.
상인 입장에선 지출이 적고 매출이 똑같다면...해볼만한 장사일테죠. 지주 입장에서도 굶는 것보다 적은 임대료 챙기면서 나중에 상권이 형성될때를 기다려 보는 것도 요즘같은 불경기에 견딜만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소시영 운영위원회 회장의 말입니다.
"동대문에 수만개의 상가가 있어요. 그 가운데 살아나가는 사람도 있고 죽어나가는 사람도 있고...저는 서민, 상인들을 위한 상가를 생각했습니다. 일단 채워놓고 나중에 임대료 올려받고, 그 전에 상인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장사하도록, 지출이 적은 상가를 만들기 위해 개발했죠. 일단 지출이 적은 상가를 만들자, 다른 상가에서 어렵게 장사하는 상인들은 지출이 많다보니 손해를 많이 보고 있어요. 그런 상인들이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 하는 경우 이 상가로 많이 들어옵니다. 이 상가는 이전에 공실이 많았기 때문에 지주들이 투자해놓고 5,6년동안 월세 한번 못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상인들이 열심히 해서 벌어야죠. 그게 지주도 살고 상인도 사는 길입니다. 동대문 최고의 상가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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